"글로벌 돌풍 K-라면"…농심, 국내외 사업 경계 허물다 '원채널' 구축
'삼성 출신' 조용철 마켓부문장 부사장, 올해부터 국제사업부문장 겸임
임원 재배치 통해 사업 운영 효율성 극대화…해외 매출 비중 50% 목표
- 배지윤 기자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K-라면이 세계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가운데 라면 업계 1위 농심이 국내외 사업 경계를 허무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원 채널'로 급변하는 대내외 시장 상황에 대응하고 사업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농심(004370)은 조직 개편을 통해 조용철 부사장을 마켓부문장뿐 아니라 국제사업부문장까지 겸임하도록 임명했다. 국내외 사업의 중요성이 동시에 커지면서 이를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 관리하려는 목적이다.
삼성전자 출신으로 2019년 12월 영입된 조 부사장은 글로벌 사업에 강점을 가진 인물이다. 과거 삼성물산 런던법인 근무, 삼성전자 동남아 총괄 마케팅, 태국 법인장 등 글로벌 시장에서 풍부한 사업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농심은 해외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농심은 현재 해외에 5개의 생산법인과 4개의 판매법인을 운영하며 약 100개국에 라면을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농심의 해외 매출 비중은 약 40%에 달했으며 올해는 이를 절반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농심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한국과 해외 시장을 다른 선상에 두는 것이 아니라 같은 하나의 글로벌 시장으로 보고 있다"며 "임원 재배치 역시 이 같은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농심은 수출 확대를 위해 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부산 녹산국가산업단지에 수출 전용 공장은 2026년 상반기 완공 예정으로 기존 부산공장 생산량과 더불어 연간 10억 개에 달하는 수출용 라면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이는 현재 수출 물량의 두배 규모다.
또 수출 비중이 큰 북미 공장의 생산능력도 증설했다. 실제 농심은 지난해 10월부터 캘리포니아 2공장에 용기면 생산 고속라인을 추가 가동했다. 이를 통해 미국 법인의 연간 생산량은 기존 8억5000만 개에서 10억1000만 개로 확대됐다. 올해 상반기에는 유럽 판매 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이처럼 농심의 국내 사업만큼 글로벌 사업에 힘주는 이유는 전 세계 시장에서 K-라면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K-라면의 인기는 지난해 수출액 1조8000억 원을 돌파하며 정점을 찍었다. 농심은 이 같은 성과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다지겠다는 계획이다.
실제 농심뿐 아니라 K-라면을 판매하는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저출산·저성장 기조 속 국내 시장 성장세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판단에서다. 이미 불닭볶음면이 해외 시장에서 인기를 끌며 삼양식품은 식품제조 및 판매 부문에서 수출 비중이 지난해 3분기 80%를 넘어섰다. 오뚜기도 최근 베트남 공장에 대한 할랄 인증을 받는 등 인도네시아 진출에 속도를 올리며 해외 시장 확장에 나서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K-라면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라면업계 수출실적을 견인하고 있다"며 "저성장 기조로 인한 내수 부진과 원가 상승 부담 등으로 해외 시장에 집중하는 라면업계가 내수 부진을 상쇄하며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갈수록 해외 시장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jiyounbae@dqdt.shop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