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커머스 공습 2.0]① "韓 침투 본격화"…中 거대 자본 무차별 진출
中 최대 e커머스 징둥닷컴, 물류센터 설립…韓 진출 선언
中의존 韓기업 증가…정부 대응책 시급 "안전등 공정해야"
- 윤수희 기자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중국 e커머스(C커머스) 업체들이 거대 자본을 앞세워 한국을 겨냥한 '2차 공습'에 나섰다. 중국의 심각한 내수 침체와 미국과 중국간 상호관세 갈등으로 판로가 막히자 한국 시장 진출이 가속화하고 있다.
기존에는 C커머스 업체들이 해외 시장 중 하나로 한국에도 진출해 '싼 가격'으로 상륙에 성공했다면, 이제는 전략적으로 한국을 타깃으로 삼아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더 나아가 한국을 해외 시장으로 가는 전략적 요충지로 삼으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C커머스 1위 기업인 징둥이 물류센터를 앞세워 한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징둥은 지난 2018년 물류 자회사인 징둥로지스틱스의 한국 법인 '징둥코리아'를 설립한 뒤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다가 7년만에 사업에 나섰다.
이로써 알리익스프레스의 알리바바그룹, 테무의 핀둬둬홀딩스까지 합쳐 'C커머스 3대장'이 모두 한국에 들어오게 됐다.
지난해 징둥의 연간 매출은 1조1588억 위안(229조 원)으로 C커머스 중 1위였다. 이는 국내 1위 쿠팡(약 41조 원)의 5배가 넘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알리바바의 매출은 9817억 위안(193조 원), 핀둬둬는 3938억 위안(78조 원)을 기록했다.
이미 우리나라 유통 시장은 알리·테무로 대표되는 C커머스의 진출 전후로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최근 2년 사이 C커머스의 월간활성 이용자 수(MAU)는 국내 전통 기업들을 앞질렀고, 심지어 자본력은 쿠팡보다 우위에 있다. '쿠팡·네이버쇼핑 vs C커머스'로 재편될 것이란 예상까지 나온다.
무엇보다 중국의 내수 불황에 따른 해외 시장 공략이 가속화하면서 지난해부터 중국 자본에 의존하는 국내 기업들이 많아지는 데 주목해야 한다.
e커머스 분야에서는 알리바바가 자본 잠식 상태인 에이블리코퍼레이션에 1000억 원 투자를 단행했으며, 신세계그룹과 손잡고 적자에 시달리는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의 합작 법인을 만들기로 했다. 테무는 물류센터를 세워 롯데로지스틱스에 위탁 운영을 맡긴 데 이어 오픈마켓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이처럼 중국 자본의 침투 속도가 점자 빨라지는 상황에서 직매입과 저렴한 가격, 효율적인 라스트마일(상품이 고객에게 전달되는 마지막 단계) 배송을 기반으로 성장한 징둥의 물류센터 설립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징둥은 우선 물류 사업에 전념하겠다며 선을 그었지만, 조만간 유통 시장에 진출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는 "C커머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뿐, 사업 개시는 시간 문제"라고 예상했다.
징둥은 인공지능(AI) 기반의 물류 서비스를 강점으로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국내 기업간거래(B2B) 시장에서 영역을 확장한 뒤 우리나라 제조 기업들이 상대할 수 없을 정도의 초저가 상품으로 기업·소비자간거래(B2C) 사업에 진출한다면, 한국 유통시장의 판도는 크게 흔들릴 수 있다.
한 e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한국 진출 프로젝트를 만들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위협적으로 보고 있다"며 "징둥은 직매입 기반이라 상품 셀렉션이나 퀄리티, 가격이 다를 수 있어 e커머스뿐 아니라 중소 제조기업, 판매자 등 전체 시장에 또 다른 공습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징둥으로 대표될 뿐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계기로 여러 분야의 다른 중국 기업들이 한국에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란 지적도 있다. 과거엔 한국이 수많은 진출 국가 중 하나였지만, 이젠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는 '전략적 요충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3대 C커머스뿐 아니라 다른 중국 플랫폼들도 연이어 한국 기업들과 협업하고 있다"며 "미중 간의 관세 갈등으로 수출이 막히자 활로를 찾던 중 기본적인 규모가 있으면서 규제, 관세 등에서 타국보다 유리한 한국을 전초기지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점차 가속하는 중국 자본의 공습에도 정부의 대책은 전무하다. 유통시장의 변화 속도를 정부가 전혀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클 수밖에 없다.
박준영 한국외대 중국학과 교수는 "자유시장 경제에서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더 넓힌 C커머스의 진출을 무작정 비난만 할 순 없지만 우리나라의 KC인증처럼 중국의 CCC 인증을 보유하거나 안전하다고 증명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법으로 제도화해 공정한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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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거대 자본을 앞세운 중국 e커머스(C커머스)의 파상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내수 부진과 미중간 관세전쟁 이후 더 두드러진다. 단순히 시장 확대(1.0)를 노린 것에서 나아가 한국을 해외 전초기지로 삼는 등 전략도 진화하고 있다. C커머스 공습의 현황과 대응방안을 모색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