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 제품으로 4조 만든 다이소…정점일까 상승 초입일까
작년 매출·영업익 사상 최대…불황이 만든 고속 성장
가격 싸지만 품질 유지해야…균일가 정책 변화 주목
- 문창석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균일가 생활용품점 다이소가 이어진 불황과 고물가에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으면서 역대급 실적을 내고 있다. 업계는 다이소가 '가성비' 전략을 유지하면서도 품질 유지 및 소비자 경험을 확대해야 지금의 성공을 유지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다이소를 운영하는 아성다이소의 지난해 매출은 3조 9689억 원으로 전년 대비 14.7%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1.8%나 증가한 3711억 원이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치다.
성장세도 남다르다는 평가다. 다이소의 지난 2020년 매출은 2조 4216억 원, 영업이익은 1738억 원이었다. 4년 만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약 2배 성장했다는 얘기다. 국내 오프라인 유통 채널 전반이 침체하는 와중에 나홀로 성장 추세다.
특히 얼마나 효율적으로 수익을 냈는지 볼 수 있는 지표인 영업이익률이 높다. 지난해 다이소의 영업이익률은 9.35%로, 이마트(0.16%)·쿠팡(1.46%) 등과 비교해 크게 높다. 그만큼 비용 관리가 양호하고, 같은 값을 팔아도 마진이 높다는 얘기다.
'싼 가격'은 다이소가 성공한 가장 큰 배경이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로 소비를 줄이는 상황에서, 품질은 어느 정도 보장되는데 가격이 크게 저렴하자 고객이 몰리는 것이다. 낮은 가격은 10~20대 등 소비 여력이 낮은 학생도 쉽게 진입할 수 있게 한다.
여기에 모든 제품을 △500원 △1000원 △1500원 △2000원 △3000원 △5000원 등 6가지 가격으로만 판매하는 '균일가' 정책도 주효했다. 소비자에게 가격이 싸다는 인식을 주는 동시에 원가가 낮은 제품은 마진율을 대폭 높일 수 있다.
뷰티·패션·식품 등 상품군 확장도 주요 이유다. 관련 상품군에서 가성비를 찾는 사람들이 다이소를 방문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화장품 매출은 전년 대비 144% 급증했고, 의류 부문 매출도 전년 대비 34% 늘었다. 특히 뷰티·패션은 고마진 상품이라 흑자를 더욱 끌어올렸다. 최근에는 건강기능식품까지 상품군을 넓혔다.
한 번 방문한 손님들도 더 많이 지갑을 열고 있다. 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다이소의 연간 평균 객단가는 1만 7400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3년 전인 2021년(1만 5192원)과 비교해 14.2% 상승한 수치다.
업계 내에선 앞으로 다이소의 관건은 성공 요인과 똑같이 '가성비'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고객은 싼 가격에 그럭저럭 괜찮은 품질을 기대하고 다이소를 찾는데, 저품질 등의 문제가 제기되면 가격이 싸도 발길을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이소는 과거 아기 욕조, 종이 빨대, 인형 등에서 유해물질 검출 논란이 있었다.
그동안 성공 요인이 됐던 균일가 정책도 양날의 검이다. 납품업체 입장에선 제조원가를 6가지 균일가에 맞출 수밖에 없으니 품질 저하 등 리스크가 생길 수 있다. 또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만큼 가격 인상 압박에 직면할 텐데, 제품을 한 단계 높은 균일가에 판매하거나 현재 5000원인 최고 균일가를 더욱 높이면 지금의 다이소를 있게 한 '싼 가격'이란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
다이소는 그동안 핵심 전략이었던 '가성비'에 더해 앞으로는 '소비자 경험 확대'를 본격 추진하고 있다. 최근 온라인 플랫폼을 강화하는 데다 서울 일부 지역에는 퀵커머스 서비스인 '오늘배송'을 시범 도입했다. 이는 '싼 가격'이라는 다이소의 전략과 겹치는 알리·테무·쉬인 등 'C커머스'보다 비교 우위에 서게 할 수 있다.
오린아 LS증권 연구원은 "다이소는 배송 역량을 강화하면서 온라인몰 고객 유입을 늘리려 하고, e커머스 시장 내에서도 점차 지위를 공고히 할 것"이라며 "상품 차별화가 아닌, 가격 차별화는 다이소를 따라올 자가 C커머스 외에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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