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中 수출 통제 '불똥' 튈까…'새우등' 삼성·SK 조마조마
美, 엔비디아 H20 中 수출 규제…韓 반도체 단기 영향 작아
"문제는 불확실성"…미중 갈등 장기화 땐 AI 침체 타격 불가피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엔비디아의 저사양 인공지능(AI) 가속기인 'H20'의 중국 수출을 무기한 통제하면서 AI 반도체 시장이 얼어붙었다. H20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해 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직·간접적으로 유탄을 맞을 수 있어 속내가 복잡하다.
17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지난 9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H20 칩의 대중(對中) 수출에 대해 별도 허가가 필요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또 14일에는 수출 규제가 무기한 적용될 것이라는 추가 통지를 받았다.
H20은 미국의 대중국 수출제한 강화 이후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겨냥해 특별히 만든 제품으로, 합법적으로 중국 수출이 가능한 최고 사양 AI 칩이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공개한 AI 모델도 H20을 사용했는데,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 견제 수위를 높이면서 H20 수출길까지 틀어막은 것이다.
H20은 중국 AI 산업 급성장과 함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제품이다. 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트댄스 등 중국 기술 대기업들은 올 1~3월 H20을 160억 달러(약 23조 원) 넘게 주문했다. 전 분기 대비 40% 이상 증가한 물량으로, 미국 수출 규제 전 주문량이 몰렸다는 분석이다.
H20 수출 통제로 엔비디아는 재고 및 구매 약정 손실 등 1분기에만 약 55억 달러(약 7조8567억 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산한다. 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스는 대중국 판매 제한으로 받는 타격이 8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은 관세로 올해와 내년도 전망이 불확실해졌다고 우려했다.
미국이 글로벌 AI 산업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중간에 낀 국내 반도체업계도 '새우등'이 터지는 격이 됐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H20에 탑재되는 4세대 HBM3를 공급하고 있다. H20 출하량이 급전직하하면 메모리 판매 감소는 물론 가격 인하 압박까지 받을 수 있어서다.
다만 국내 업계는 H20 수출 규제가 당장의 실적 악화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 초부터 H20에 탑재되는 HBM3가 HBM3E로 전환됐는데, 불행 중 다행으로 삼성전자는 아직 엔비디아에 HBM3E 제품은 납품하지 않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올해 물량을 '완판'한 상태다.
문제는 미중 패권 경쟁의 방향과 정책 불확실성을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엔비디아의 AI 칩 수출 통제가 장기화할 경우 SK하이닉스는 물론 패키징 장비 등 하부 산업까지 연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글로벌 AI 시장 자체가 위축되는 점도 악재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이 가장 큰 문제"라며 "(미국 수출 규제가) 길어지면 AI 반도체 시장 자체가 위축될 수 있고, HBM 수요도 줄어 메모리 업황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AI 시장 자체가 찬물을 맞은 꼴"이라고 토로했다.
불확실성이 워낙 큰 탓에 당장 '액션 플랜'을 내놓기도 어려운 실정이라 정부의 외교력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다음 주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 본격적인 관세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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