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복잡한 K-반도체…가전업계, 관세인상 초긴장[트럼프 2.0]
對中규제 강화에 삼성·SK 중국공장 차질 우려…'반도체굴기 억제'는 긍정적
삼성·LG전자 멕시코 공장, 관세인상에 타격 가능성…생산 다변화 대응
- 박주평 기자, 한재준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한재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제47대 미국 대통령의 20일(현지시각) 취임식을 앞두고 국내 산업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수출 규제 강화로 중국 내 공장생산에 제약이 걸릴 가능성이 있지만, 중국의 반도체 굴기 억제 효과도 있어 셈법이 복잡하다. 북미를 최대 시장으로 둔 가전업계는 인상이 확실시되는 관세 인상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를 이어받아 더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는 칩스법을 통해 자국 반도체 제조 기반을 확대하는 동시에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수출을 규제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다각도로 억제하고 있다.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첨단 반도체 수출 금지 대상 기업 리스트를 운용하고 있고, 최근에는 대만 TSMC와 삼성전자(005930)가 14나노미터 혹은 16나노미터 이하의 모든 칩을 수출할 때 실사를 강화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아직 구체적인 대중 반도체 수출규제를 언급한 적은 없지만, 중국 수입품에 대해 최대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하는 등 1기보다 더 강도 높은 압박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중국에 반도체를 판매하는 부분은 차치하고 우리 기업들의 중국 공장에 장비 도입 등도 제재 대상이 돼 가동이 힘들어질 가능성이 있어 국내 생산을 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서 각각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과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SK하이닉스는 우시 D램 공장, 충칭 후공정 공장, 다롄 낸드 공장 등이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000660) 모두 미국 현지에 공장을 건설 중이지만, 삼성전자가 텍사스 테일러시에 짓고 있는 공장은 오는 2026년 양산을 시작하고 SK하이닉스 인디애나 공장도 2028년 하반기가 되어야 HBM 등 인공지능(AI) 메모리 제품 생산에 돌입할 전망이다.
미국 공장 건설에 따른 칩스법 보조금이 확정됐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보조금 지급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혀온 만큼 향후 칩스법을 유지하더라도 보조금 지급 기준을 까다롭게 적용하는 식으로 규모를 축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다만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로 인해 중국의 첨단 반도체 산업 육성에 제약이 걸리면 국내 기업이 반사이익을 취할 가능성도 있다. 김 전문연구원은 "도움으로 표현하면 이상하지만, 중국의 반도체 추격을 따돌릴 수 있는 시간은 벌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다만 미국의 그런 규제는 외부적인 효과일 뿐이고, 실질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시대를 맞이하는 가전업계에도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멕시코·캐나다에 대한 25% 관세 부과는 물론 보편관세 도입을 예고하고 있어서다.
멕시코는 삼성전자와 LG전자(066570)의 생활가전 생산 거점으로 이곳에서 생산된 물량이 미국으로 수출된다. 삼성전자는 케레타로와 티후아나에, LG전자는 티후아나에 공장을 두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애초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MSCA)을 활용, 무관세로 미국 시장에 제품을 팔기 위해 멕시코 현지에 진출했는데 새 정부가 관세 정책을 강행할 경우 현지 공장 운영의 장점이 없어질 수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트럼프 2기의 멕시코산 제품 관세 부과가 현실화할 경우를 대비해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향 생활가전은 멕시코뿐만 아니라 한국, 동남아 등 다양한 공급망을 갖추고 있는 만큼 가전업계는 당장은 지역별 물량 조절로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아직까진 관세 부과 지역은 물론 제품 및 부품, 원재료 등 관세 기준도 정해지지 않은 만큼 추후 상황을 보며 대응한다는 것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부회장)은 이달 초 열린 CES 2025에서 "(전 세계에) 공장을 꽤 많이 갖고 있고 어느 한 곳에 집중하지 않고 있다"며 "부품 공급부터 제조, 소비자에게 이르는 글로벌 공급망도 잘 돼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 사장도 "같은 모델을 여러 군데서 만드는 체제, 우리만의 플레이 북을 가지고 시나리오별 방안을 준비해 놨다"고 했다.
다만 국내 가전업계는 최악의 경우 미국 생산기지를 증설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LG전자는 테네시주에 세탁·건조기 공장을 운영 중이다.
멕시코산 제품에 대한 관세는 물론 보편관세까지 현실화할 경우 미국 공장 생산라인과 생산 품목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구체적인 관세 정책이 발표되지 않은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응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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