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장기화' 수혜산업도 '고심'…바이오·반도체·배터리 '흐림'
대한상의, 12대 업종 조사…"해외 투자비·원자재 수입비 부담 커져"
조선·자동차·기계도 고환율 장기화는 절레절레…"불황형 흑자 올라"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고환율이 장기화하면서 국내 12대 산업 전반이 '비용 상승'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20일 나왔다. 자동차·조선·기계산업 등 대표적인 고환율 수혜업종도 원자재 수입 비용 및 해외 투자비 상승 부담이 크다고 호소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2일부터 10일까지 주요 업종별 협회 12곳과 함께 '고환율 기조가 주요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기상도로 표현한 결과, 바이오·반도체·배터리·철강·석유화학·정유·디스플레이·섬유패션·식품산업 9개 업종이 '흐림'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선·자동차·기계산업은 '대체로 맑음'을 나타냈지만, 고환율이 길어질수록 외산 기자재 수입 비용과 해외 라이선스 비용이 증가해 환율 상승에 따른 이익 증가분을 일부 상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 보면 제약·바이오산업은 원료의약품 수입의존도가 높고 해외 임상시험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고환율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컸다. 원료의약품의 국내 자급률은 지난 2023년 기준 25.6%에 불과하다.
철강업은 냉연과 강관을 제외한 수요산업 부진에 따른 수출단가 인하, 높은 원자재 수입 비중으로 인한 어려움이 컸고, 석유화학산업은 나프타 등 원재료 가격 상승과 업황 악화를 가장 큰 부담 요인으로 꼽았다.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기초 원료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반도체산업은 고환율에 따른 제조원가 및 해외 투자비 상승을 우려했다. 고종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략기획실장은 "단기적 매출 증대 효과는 분명 존재한다"면서도 "반도체분야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율이 30% 수준으로 생산원가가 증가하고, 국내 주요기업이 미국 등 해외 반도체 제조공장 설립에 투자하기 때문에 이런 효과가 상쇄된다"고 했다.
배터리산업도 대규모 해외투자에 따른 외화부채와 리튬, 흑연 등 핵심 원자재의 높은 해외 의존도로 인해 우려를 표했다. 김승태 한국배터리협회 정책지원실장은 "고환율에 따라 시설 투자 비용과 수입 원자재 비용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며 "광물과 배터리의 판매가격을 연동하는 계약을 통해 환 손실을 만회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디스플레이(해외 투자 비용 및 장비 수입 비용 증가) △섬유패션(원부자재 수입 단가 상승) △식품(수입 원자잿값 상승) △정유(원유 수입 시차에 따른 환차손) 산업군에서 고환율 장기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조선·자동차·기계산업도 단기적인 환율상승은 긍정적이지만, 장기화 땐 원가 상승 및 수요위축 등 부정적 요소가 커져 역풍이 우려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액화천연가스(LNG_운반선의 핵심설비인 화물창 기술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어 산업계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기계산업진흥회도 "고환율이 지속되면 원자재 조달 비용 증가, 투자 감소 등으로 수입이 수출보다 크게 주는 불황형 흑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는 "고환율 장기화 시 오히려 부품수입가·에너지 비용·해상운임 상승 등 원가 상승 압박으로 환율상승의 긍정적 효과가 반감되는 한편, 부품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고환율로 인한 국내 소비자들의 구매력 약화로 인한 자동차 내수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이제 막 출범한 트럼프 2기에서 관세인상, 금리인하 속도 조절 등이 시행되면 당분간 고환율이 지속될 것"이라며 "국내 경제가 고환율 파고에 휩쓸리지 않게끔 환 헤지 등을 위한 기업의 노력과 더불어 미국 등 주요국과 통화 스와프라인 확대 추진, 환율 피해 산업에 긴급 운영 자금 및 금융지원 제공 등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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