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실적' SK하이닉스, 내년 HBM 물량 곧 완판…1등 굳힌다
작년 매출 66.2조, 영업익 23.5조, 영업이익률 35%…역대 최고 성적
고성능 컴퓨팅 수요, HBM 올해도 2배↑…레거시 D램 '감산'
- 박주평 기자, 한재준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한재준 기자 = SK하이닉스(000660)가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판매 확대로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을 경신했다. SK하이닉스는 수익성 높은 HBM 중심으로 생산을 확대하고, 올해 상반기 중 내년도 HBM 물량 계약도 마무리해 AI 메모리 시장 1위 지위를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23조 4673억 원을 기록했다고 23일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전년 대비 102% 늘어난 66조 1930억 원, 당기순이익은 19조 7969억 원으로 집계됐다.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모두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다.
영업이익은 반도체 호황기였던 2018년 영업이익(20조 8438억 원)도 뛰어넘었다. 매출은 기존 최고였던 2022년(44조6216억 원)보다 21조 원 이상 많다.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은 각각 35%, 30%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4분기만 놓고 보면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2236% 증가한 8조 828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이 무려 41%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매출은 11조 3055억 원에서 19조 7670억 원으로 75%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8조 65억 원으로 흑자로 전환했다.
부동의 국내 영업이익 1위 기업인 삼성전자의 분기 실적을 처음으로 넘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6조 5000억 원이다.
SK하이닉스 역대급 실적의 1등 공신은 단연 HBM이다. HBM 공급 확대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올해 HBM 매출은 전년 대비 4.5배 이상 증가했고, 전체 D램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했다.
지난해 4분기부터는 5세대 HBM(HBM3E) 12단 공급이 시작되면서 D램 평균판매단가(ASP)가 전 분기보다 10% 증가해 사상 최대 분기실적 달성에 기여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도 HBM 매출이 지난해보다 100% 이상 성장하는 등 수요가 견조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우현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이날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올해부터 생성형 AI 기반 서비스와 AI 에이전트 출시가 확대되고 추론 기술 중요성이 커지면서 고성능 컴퓨팅에 필수적인 HBM과 고용량 서버 D램 수요도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전체 서버 D램 시장은 한 자릿수 후반 성장하고, 응용처 수요를 종합하면 올해 D램 수요는 10% 중후반, 낸드는 10% 초반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부사장은 "올해 상반기 중 HBM3E의 출하량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2026년부터 주력 제품이 될 6세대 HBM(HBM4) 12단 제품도 올해 개발과 양산 준비를 완료해 고객이 원하는 시점에 적기 공급함으로써 시장 리더십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일부 고객사와 2026년 HBM 공급물량 논의를 시작했고, 올해 상반기 중 내년 물량 대부분에 대해 가시성을 확보할 것"이라며 "HBM의 높은 투자비용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고객 물량을 확보하는 장기계약 구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HBM4는 우선 올해 하반기 HBM4 12단 제품 공급을 시작하고 16단은 내년 하반기부터 공급이 예상된다. HBM4에는 처음으로 대만 TSMC가 로직(베이스) 다이를 제조하며, 이를 위해 원팀 체계를 구축해 협업을 진행 중이다. 7세대 HBM(HBM4E)부터는 SK하이닉스가 지난해 개발을 완료한 최선단 1c나노미터 공정을 적용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AI 트렌드가 막대한 데이터 처리가 요구되는 훈련에서 추론으로 전환하며 HBM 수요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궁극적으로 인간 지능에 가까운 AGI(인공일반지능) 발전을 위해 추론 과정에서도 대용량 컴퓨팅 파워가 요구돼 고성능 HBM 수요가 둔화하기보다 오히려 증가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며 "국가 차원의 AI 투자 계획도 발표되고 있어 AI 수요는 기대치를 뛰어넘는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HBM은 올해도 고성장이 예상되지만 일반 D램은 전방 수요 부진과 고객사들의 재고 조정으로 약세를 보일 전망이다. 특히 SK하이닉스가 기술력을 선도하고 있는 DDR5(더블데이터레이트)5와 LP(저전력)DDR5보다는 중국 업체들이 공급을 확대하는 DDR4, LPDDR4의 가격이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D램은 고사양제품은 수급이 빡빡하지만, DDR4 등 레거시 제품은 수요 감소가 가속해 제품별 수요 디커플링 심화가 예상된다"며 "HBM과 DDR5 제품 수요에 집중하고, DDR4와 LPDDR4 수요는 줄여가면서 재고를 건전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전체 D램에서 DDR4 및 LPDDR4 매출 비중은 지난해 20% 수준에서 올해는 한 자릿수로 많이 축소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CXMT) 등 중국 업체들이 DDR5 등 선단 제품까지 추격할 가능성과 관련해 "현재 고성능 제품 대응을 위해 주요 공급업체가 적용하는 선단공정에 비하면 후발 업체가 적용하는 기술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한 DDR5 제품 품질과 성능은 확실한 차이가 존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대중 제재 강화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 업체는 선단 기술 개발 과정에서 더 많은 불확실성에 직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를 유지·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의 다른 한축인 낸드의 경우 지난해 고부가가치 제품인 데이터센터용 eSSD(기업용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가 전년 대비 매출이 300% 이상 증가해 최대 실적을 냈으나, PC·모바일 등 소비자향 제품은 수요가 부진했다. 이런 흐름은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기존 응용처 수요 둔화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낸드는 이미 일부 공급사가 감산을 발표했고, 당사도 2023년부터 이어진 탄력적 투자와 생산 기조를 유지하며 수익성 중심 운영을 지속할 계획"이라며 "지난 다운턴 때보다는 완만한 조정기를 거치겠지만, 시황 호전을 위해서는 공급뿐 아니라 전방수요 개선도 필수적이라서 향후 일반 응용처 제품 수요 회복에 따라 낸드업황 개선 속도도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SK하이닉스는 올해 투자를 HBM과 청주 M15X 공장과 용인 팹 등 인프라에 먼저 집행할 계획이다. 인프라 투자는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하지만, 전체 투자 규모는 지난해보다 소폭 늘어날 예정이다.
한편 SK하이닉스는 보통주 1주당 1305원의 현금 배당을 결정했다. 배당금 총액은 8996억3084만 원이다. SK하이닉스는 연간 배당을 기존 1200원에서 1500원으로 확대해 연간 배당액 규모를 1조 원으로 늘린다. 또 재무건전성 목표를 달성하면 2025년~2027년 3년 누적 FCF(잉여현금흐름)의 50%를 재원으로 추가 환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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