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원유 수출 제재' 'LNG 가격 상승'…K정유 반사이익 기대감
트럼프 정부, 對중국 수출 제재…수익성 지표 정제마진 상승 가능성
LNG 가격 상승에 대체재 수요도…"수익성 회복 기대"
- 박종홍 기자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원유 수출에 제재를 가하면서 국내 정유업계의 반사이익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란산 원유를 들여오던 중국 정유업계의 원가 경쟁력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면서다. 최근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상승으로 대체재인 석유 수요가 늘 것이란 전망도 정유업계의 실적 개선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최대 수위의 압박을 실행한다는 정책에 서명했다. 각서에는 대(對)중국 수출을 포함해 이란의 원유 수출을 제로(0)로 만든다는 내용도 담겼다.
뒤이어 트럼프 정부는 이란산 원유를 중국으로 나르는 법인, 개인, 선박에 대한 제재도 단행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수백만 배럴 (이란산) 원유의 중국 수출을 용이하게 한 국제 네트워크를 제재한다"고 밝혔다.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 중국은 이란 등에서 원유를 조달하며 주로 두바이유를 수입한 한국 대비 배럴당 10~20달러 저렴한 가격에 원가 우위를 누렸다. 미국 정부는 제재에 묶여 판매처가 마땅치 않았던 이란이 말레이시아 등을 통해 중국에 우회 수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앞으로 미국의 강도 높은 제재가 현실화하면 중국 업체들은 원가가 높아진 만큼 석유제품 가격을 높일 수밖에 없다. 이때 과거와 비슷한 가격에 원유를 들여오는 국내 정유업계의 정제마진은 오를 수 있다. 정제마진은 정유사의 실적을 가르는 핵심 수치로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가격·수송비 등 비용을 제외한 것을 말한다.
최근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상승으로 대체재인 원유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정유업계의 실적 개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네덜란드 TTF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3월 인도분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 14일 기준 메가와트시(MWh)당 50.685유로를 기록했다. 20유로대에 머물렀던 1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정책 기조를 감안할 때 정국 정유 업체의 원가 구조는 급격하게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실제 이란 원유 조달이 어려워진 중국 산둥성 티팟(소규모 정유업체) 가동률은 5년 새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국내 정유 4사는 3분기 동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지난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든 바 있다. 에쓰오일(S-OIL)(010950)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606억 원으로 전년 대비 66% 줄었고, HD현대오일뱅크도 같은 기간 58.2% 감소한 2580억 원의 실적을 내놨다. GS칼텍스와 SK이노베이션(096770)도 각각 67.5%, 83.4% 줄어든 5480억 원, 3155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다만 올해 정유업계 업황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올해 1분기 컨센서스(영업이익 전망치)는 4722억 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195% 정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에쓰오일도 13.7% 증가한 2967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불황 해소에 따른 수요 개선보다는 원가 절감에 따른 수익성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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