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상법 개정 중단해야" 호소…기업·투자자 설문 여론전도
경제8단체 호소문…"부작용 많은 상법 개정 논의 중단돼야"
상장사 56.2% 개정 '우려'…"美 기업 혁신성에 미국장 선호"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상법 개정을 예고하자 경제계가 우리나라 경제와 기업에 심대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면서 즉각적인 논의 중단을 촉구했다. 경제계는 '상법 개정이 이뤄지면 우리 기업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설문조사 결과를 제시하는 등 여론전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경제8단체는 23일 발표한 호소문을 통해 "기업 경영에 부작용이 큰 상법 개정 논의의 즉시 중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지난해 11월 당론으로 발의한 상법 개정안에는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고, '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주 보호 의무 조항이 담겼다. 이 밖에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규모를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데, 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잠시 중단됐던 논의가 최근 야권을 중심으로 재개되고 있다. 민주당은 24일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서 상법 개정안을 상정할 방침이다. 정부와 여당은 주주 보호를 위해 상법보다는 자본시장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경제8단체는 작금의 경기 상황에 대해 미래를 담보할 신성장 동력 발굴이 부진한 가운데 트럼프발(發)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침체된 내수가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지난 21일 발표한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전월 대비 0.6포인트(p) 하락한 85.3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부터 4개월 연속 떨어진 데다 코로나19 대유행 첫해인 2020년 9월(83.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바닥을 치는 사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일 관세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오는 3월 4일부터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수입 자동차와 반도체, 의약품에 대한 관세 조치는 오는 4월 2일까지 발표하기로 했다. 관세율은 자동차 25%, 반도체·의약품은 그 이상이 될 예정이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수출은 1278억 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지만 트럼프발 관세 전쟁으로 우리나라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다. 재계는 특히 상법 개정안 통과로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이 모두 시행되면 트럼프 행정부에 대응해야 하는 일촉즉발의 경영 환경에서 이사회 의결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한경협이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공동으로 매출액 상위 600대 상장회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상법 개정 설문조사에 따르면 상장사의 56.2%는 상법 개정안 통과 시 기업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응답은 6.3%에 불과했다.
기업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 주된 이유는 △주주 간 이견 시 의사결정 지연 및 경영 효율성 감소(34.0%·중복선택 가능) △주주대표소송, 배임죄 처벌 등 사법리스크 확대(26.4%) △투기자본 및 적대적 M&A 노출 등 경영권 위협 증가(20.3%) △투자결정, M&A, 구조조정 등 주요 경영전략․계획 차질(17.9%) 등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이날 자체 온라인 플랫폼인 소플(sople.me)을 통해 지난 17일부터 18일까지 국민 15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미 자본시장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54.5%는 한·미 자본시장 중 미국 자본시장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미국 자본시장에 투자하는 주된 이유로는 '기업의 혁신성·수익성'이 27.2%로 가장 많았다. 현행 상법이 한국 증시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데 대한 반론으로 해석된다.
경제단체는 상법 개정 대신 정부가 내놓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대해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자본시장법 적용 대상을 상장법인으로 제한하는 자본시장법 개정 방안을 제시했고 국민의힘 소속인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장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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