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일제히 '원통형' 출사표…테슬라만 쓰던 비주류의 변신
LG엔솔·삼성SDI·SK온 '지름 46㎜' 원통형 배터리 양산 초읽기
부피 대비 효율 낮아 외면 받다 가성비·낮은 가격·안정성에 주목
- 금준혁 기자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LG에너지솔루션(373220)에 이어 삼성SDI(006400)와 SK온이 '원통형 배터리' 시장 공략에 나선다. 저렴한 가격과 높은 안전성을 앞세워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부진) 기간을 단축한다는 전략이다.
그동안 원통형 배터리는 가장 오래된 폼팩터(형태)지만 공간 효율성이 떨어져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크기를 키운 고출력, 고용량의 원통형 배터리를 통해 기존 단점을 극복하며 전기차 기업뿐만 아니라 전통의 완성차 제조사까지도 주목하는 폼팩터로 자리 잡았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는 '인터배터리 2025'에 지름 46㎜의 원통형 배터리 라인업을 배치했다.
최주선 삼성SDI 대표는 "구체적인 고객을 확보했다"며 양산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후발주자인 SK온의 R&D 본부장도 "폼팩터를 다양하게 개발했다"고 밝혔다.
배터리는 크게 원통형, 각형, 파우치형으로 폼팩터가 나뉜다. 그간 배터리 시장에서 주류 폼팩터로 자리 잡고 있던 것은 각형과 파우치형이다.
2022년 SNE리서치가 발표한 배터리 폼팩터 점유율을 보면 각형(55%), 파우치형(26%), 원통형(19%) 순으로 원통형의 점유율이 가장 낮았다. 국내 배터리 3사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 파우치형 △삼성SDI 각형 △SK온 파우치형을 주력으로 사용해 왔다.
폼팩터별 장단점이 뚜렷하고 제조사, 차종에 따라 선호하는 폼팩터가 달라 우열을 가리기는 아직 어렵다.
다만 테슬라가 지난 2023년 4680(지름 46㎜·높이 80㎜)을 생산하며 원통형 배터리가 주류 폼팩터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원통형은 김밥처럼 돌돌 만 소재를 원통형 배터리 캔에 넣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둥근 건전지 모양으로 일상에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형태다. 1991년 리튬이온 배터리가 상용화될 때 함께 상품화된 원조 폼팩터다.
하지만 전기차 시대에서는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로 외면받았다. 원기둥 형태인 원통형 배터리는 쌓다 보면 사이사이에 공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주행거리가 450㎞ 후반대인 중형급 SUV인 현대차 아이오닉5와 테슬라 모델Y에는 각각 348개(파우치형), 3000~4000개(원통형)의 배터리가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수많은 셀을 관리해야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고, 배터리가 많이 실려 무게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테슬라 등 소수의 전기차 기업만 사용해 왔다.
그러나 원통형은 다른 폼팩터 대비 공정이 단순하고 규격제품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생산성이 높은 만큼 가격도 저렴하다. 소재를 원통형의 배터리 캔으로 감싸기 때문에 안정성도 뛰어나다.
이런 장점은 살리면서도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나온 규격이 지름 46㎜·높이 80㎜이다. 배터리는 커질수록 에너지 저장 용량도 커지는 성질이 있다. 기존에는 18650(지름 18㎜·높이 65㎜), 21700(지름 21㎜·높이 70㎜)이 많았다.
이 분야 선두 주자인 LG에너지솔루션(373220)의 경우 높이를 95㎜, 120㎜로 늘린 46시리즈를 인터배터리에 출품했다. 기존 21700 대비 에너지와 출력이 최소 5배 이상 높아졌다는 게 LG에너지솔루션의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내연기관차 대비 비싼 가격, 부족한 충전 인프라, 화재로 인해 전기차 캐즘이 시작된 만큼 비주류였던 원통형 배터리가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 리비안과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었다. 전통의 완성차 제조사인 메르세데스-벤츠도 LG에너지솔루션의 46시리즈를 공급받는다.
세계 1위 배터리 기업인 중국 CATL과 9위 EVE도 BMW의 원통형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돼 개발을 진행 중이다.
rma1921kr@dqdt.shop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