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사업만 수년째…글로벌 자율주행 기술 톱10에 한국 전무
2024 자율주행 기술, 웨이모·바이두 1·2위…현대차 모셔널 15위
주행사업자 제도 도입 목소리…"美·中 벌어진 격차 좁힐 수 있어"
- 이동희 기자,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김성식 기자 = 글로벌 자율주행 기술을 평가한 결과 상위 10개 기업 가운데 한국 업체는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스타트업인 오토노머스에이투지만 11위에 이름을 올렸고, 현대차(005380)그룹의 자율주행업체 모셔널은 15위로 순위가 크게 하락했다.
미국과 중국이 상위 90%를 차지하는 등 두 나라의 경쟁으로 전개되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보다 더 적극적인 기술 개발과 투자,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 등 민관 협력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17일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가이드하우스가 발표한 '2024 자율주행 기술 순위'(2024 Automated Driving Leaderboard)에 따르면 상위 10위권 내 국내 기업은 없었다.
세계 4대 회계법인 PwC가 설립한 가이드하우스는 2015년부터 매년 전 세계 자율주행 기업의 전략적 방향성과 실행 역량을 평가해 △리더(Leader) △경쟁자(Contenders) △도전자(Challengers) △팔로워(Followers) 등 그룹으로 분류,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올해 평가에선 미국 웨이모(Waymo)와 중국의 바이두(Baidu)가 1~2위로 리더 그룹으로 분류됐다. 다음으로 모빌아이(Mobileye), 엔비디아(NVIDIA), 오로라(Aurora), 플러스(Plus), 위라이드(WeRide), 죽스(Zoox), 가틱(Gatik), 크루즈(Cruise) 등이 뒤를 이어 경쟁자 그룹에 분류됐다.
상위 20개 기업 중 미국(10개)과 중국(8개) 기업이 18개로 90%를 차지했다.
국내 스타트업인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지난해 13위에서 11위로 두 단계 상승하며 경쟁자 그룹에 이름을 올렸고, 모셔널은 1년 전보다 열 계단 하락하며 간신히 경쟁자 그룹에 합류했다.
모셔널과 관련, 가이드하우스는 "2023년까지 계획했던 로보택시 상용화는 2026년까지 보류된 상태로 지난해 도전적인 한해를 겪었다"며 "모셔널은 로보택시 테스트 차량을 현대차 아이오닉 5로 교체했고, 기아 PV5를 차세대 로봇 택시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밖에 테슬라는 20개 업체 가운데 가장 낮은 점수를 받으며 팔로워 그룹에 속했다.
국내 업체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올해 하반기 운전석이 없는 레벨4 자율주행 셔틀 '로이'를 정부 인증 아래에 상용화할 계획이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2018년 현대차 출신의 자율주행 엔지니어 4명이 설립한 국내 대표 자율주행 스타트업이다. 한지형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대표는 "앞으로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시장 확장으로 국가 경쟁력 확보에 기여하는 글로벌 자율주행 리더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자율주행 기술은 미국자동차공학회(SAE) 기준 레벨0~레벨5 등 총 여섯 단계로 나뉜다. 대다수 업체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으로 불리는 레벨2 단계의 기술을 선보이고 있으며, 지난해 메르세데스-벤츠가 미국서 레벨3 수준 기술을 탑재한 차량을 판매하며 상용화에 나섰다. 최근 지커 등 중국 전기차 업체도 레벨3 기술을 하나둘 선보이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레벨3 상용화 차량을 2023년 출시할 계획이었으나, 늦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자율주행 기술 수준의 미국(100%)의 89.4% 수준이다. 유럽연합(EU, 98.3%), 중국(95.4%), 일본(89.7%) 등 주요국과 비교하면 가장 저조한 수준이다.
업계는 국내 자율주행 기술 저하는 정부 부처 간 이견으로 시간을 허비하며 제때 제도를 준비하지 못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2014년 자율주행 시범 사업을 실시하며 비교적 빠르게 사업을 추진했다. 2019년에는 미래 자동차 산업 발전 전략까지 세우며 2024년 지능형 교통망 구축 완료, 2027년 완전 자율주행 상용화 등 목표 시점을 제시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련 부처 간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며 사업은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고 여전히 전국 각지에서 산발적으로 시범사업만 하고 있다.
그 사이 미국과 중국은 로보택시 서비스를 선보이며 천문학적인 자율주행 데이터를 쌓았다. 바이두와 웨이모가 확보한 자율주행 누적 운행거리는 각각 1억1000만㎞, 5300만㎞로 국내 1위 업체인 오토노머스에이투지(57만㎞)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한국공학한림원은 주행사업자(DSP) 제도를 도입해 뒤처진 자율주행 기술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자율주행 산업은 자동차 제조사와 소프트웨어 개발사를 중심으로 상용화 단계에 접어든 만큼 제도적 뒷받침이 된다면 데이터 누적 등 기술격차를 빠르게 좁힐 수 있다는 얘기다.
주행사업자는 별도의 관제 센터를 두고 자율주행 기술 최적화와 검증을 담당하는 역할을 하는 사업자다.
김영기 한국공학한림원 자율주행위원장은 지난 14일 '2025년 자율주행 포럼'에서 "한국은 자동차 생산과 도로 인프라는 물론 정보통신기술(ICT)과 법률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모빌리티 전 분야에서 전 세계를 선도하는 몇 안 되는 국가"라며 "DSP 제도를 선제적으로 도입해 우리가 갖고 있는 모빌리티 역량을 모을 수 있다면 대한민국이 글로벌 자율주행 1등 국가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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