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반장 선거보다 못한 티웨이 주총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반장 선거도 아니고 박수 의결이 말이 됩니까?"
31일 열린 티웨이항공 제22회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했던 소액주주 신 모 씨가 한숨을 내쉬며 한 말이다.
신 씨를 비롯해 이날 주총에 참석한 복수의 소액주주들은 이날 이사 선임 안건을 비롯한 모든 의안이 표결 없이 박수로 통과됐다고 지적했다. 주총 의장인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이사가 안건을 읊은 뒤 찬성하냐고 물으면 일부 주주들이 '옳소' '좋습니다'를 외치며 마구 손뼉을 쳤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정족수 확인과 수기 표결은커녕 거수조차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안건을 반대하는지도 묻지도 않았다. 티웨이항공 측에 이날 정 대표이사 유임 등 이사 선임 안건에 몇 명이 동의했는지, 찬성률은 어떻게 되는지 물었지만 돌아온 건 '모른다'는 대답뿐이었다. 박수 의결에 대해선 부인하지 않았다.
이날 티웨이항공과 대명소노그룹 간 기업결합을 심사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결합 승인 결정을 내리지 않고 보완 서류를 요구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기타비상무이사 후보였던 서준혁 대명소노그룹 회장 등 9인을 티웨이항공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은 자동 폐기됐다.
대신 정 대표를 비롯한 티웨이항공 측 이사 3인이 일부 주주들의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으며 직을 유지하게 됐다. 그사이 애써 주총장을 찾은 또 다른 주주들은 박수와 고함에 묻혀 제대로 된 의사 개진도 못 한 채 헛걸음해야 했다.
규제 당국이 승인하기 전 '아니면 말고' 식으로 이사 선임 안건을 무더기로 상정한 것도 문제였지만, 제대로 된 의결 절차도 없었던 건 많은 주주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특히 티웨이항공은 대명소노그룹에 인수되면서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주주 입장에서는 인수 이후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지, 회사를 어떻게 더 키울 것인지 궁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답변은커녕 이런 질문을 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내가 투자한 항공사가 이렇게 구멍가게였나"
티웨이항공과 대명소노는 주총장을 나온 소액주주의 혼잣말을 새겨들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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