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불똥 항공업계로…항공기 공급 더 늦어진다
美부품사 하우멧 보잉에 서한…"관세로 납품 지연 시 책임 면책"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 불똥이 항공업계로 튀고 있다. 해외에서 조달하는 항공기 부품이 관세 문제로 납품이 지연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가뜩이나 신형 항공기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항공사 입장에서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다.
세계 2위 항공기 제작사인 미국 보잉의 경우 대표 기종인 B787 항공기 1대에 230만 개의 부품이 필요 들어가는데 최소 30%를 외국 부품사에 의존한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지난해 동체 구멍 사건으로 보잉 생산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관세로 공급망까지 흔들리면 국내외 항공사들의 신형 기재 도입도 지연될 전망이다.
8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최근 미국 항공기 부품사인 하우멧 에어로스페이스는 보잉과 또 다른 항공기 제작사인 유럽 에어버스에 보낸 서한에서 신규 관세는 불가항력이며 이에 따라 선적이 중단되더라도 납품 지연에 대한 자사의 법적 책임은 면책된다고 주장했다.
하우멧은 항공기 엔진에 쓰이는 알루미늄 휠과 각종 볼트·너트를 제작하는 회사로 지난해 연간 매출이 74억 달러(약 10조 원)에 달한다.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은 로이터에 하우멧이 촉발한 불가항력 선언이 부품사 전반으로 번질 경우 제작 공급망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항공기 부품 수급에 영향을 주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는 크게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의 품목 관세와 국가별로 시행하는 상호 관세 등 2가지다. 지난달 12일부로 발효된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미국 상무부 추가 고시가 나오는 대로 자동차 부품과 가전 부품 및 항공기 부품 등 잔여 87개 파생상품으로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또한 국가별로 시행하는 10~49%의 상호 관세는 지난 2일 발표돼 오는 9일 전면 시행된다. 보잉은 자사 주력 기종인 B787 시리즈가 약 230만개 부품을 사용하며 이 중 70%는 미국 부품사가 공급하고 나머지 30%는 외국 부품사가 납품한다고 밝혔다.
주요 부품의 경우 외국 부품사 의존도가 높다. 실제 △동체는 이탈리아(알레니아社) △날개는 일본(가와사키)과 한국(한국항공우주산업·대한항공) △엔진은 영국(롤스로이스)과 미국(GE 에어로스페이스) △도어는 프랑스(라테코에르)와 스웨덴(사브) 등이 분업 제작하는 형태다.
보잉은 지금도 납기일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항공사에 인도한 상업용 항공기는 전년(528대) 대비 33.7% 감소한 348대로 코로나19 발병 이듬해인 2021년 수준(340대)으로 추락했다. 지난해 연말 기준 수주 잔고는 6245대에 달한다. 납기 지연 원인은 구조조정에 따른 인력 부족과 당국의 규제·감독 강화, 파업 등으로 복합적이다.
코로나19 발병으로 전 세계 항공수요가 급감하자 보잉은 팬데믹 기간 두 차례에 걸쳐 직원 약 3만명을 해고했는데 상당수의 숙련공이 팬데믹 이후에도 돌아오지 않았다. 신규 인력에 의존해서 만든 B737 맥스 9는 결국 지난해 1월 미국 오리건 상공을 날던 도중 동체 일부가 뜯겨 비상 착륙했다.
예비조사 결과 사고 여객기는 2023년 8월 플러그 도어 조립 과정에서 볼트 결합 없이 출고됐다. 이에 미국 항공당국은 보잉 항공기 생산 전반에 대한 규제·감독을 강화했고 이는 생산 속도 둔화로 이어졌다. 또한 지난해 9월 시작된 총파업으로 보잉은 7주간 미국 워싱턴과 오리건, 캘리포니아의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했다. 총파업 이후 보잉은 경영난을 이유로 전체 인력의 10%인 1만 7000명을 해고했다.
국내 대형항공사(FSC) 2곳 중 보잉 여객기 도입 물량이 남은 곳은 현재 대한항공(003490)이 유일하다. 아시아나항공은 2013년을 마지막으로 보잉 여객기를 들여오지 않고 있다.
보잉의 납품 지연으로 대한항공의 신형 여객기 도입 계획은 밀린 바 있다. 대한항공은 2019년 파리에어쇼에서 보잉과 B787-10 20대, B787-9 10대 등 30대의 신형 여객기를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당초 2021년부터 순차적으로 들여올 계획이었지만, 2023년 10월에야 B787-9 1대가 처음 들어왔다. 지금까지 두 기종 인도율은 36%에 그친다.
대한항공은 보잉과의 협력을 통해 신형 기재를 적기에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달 2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켈리 오트버그 보잉 최고 경영자(CEO) 및 러셀 스톡스 GE에어로스페이스 상용기 엔진 및 서비스 사업부 사장 겸 CEO를 만나 글로벌 항공기 공급망 문제에 대비해 3사 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대한항공과 보잉은 지난해 7월 영국 판버리 국제 에어쇼에서 맺은 양해각서(MOU) 이행을 조속히 추진하기로 했다. 당시 양해각서에는 B777-9 20대와 B787-10 20대를 2033년까지 도입하고, 향후 비슷한 조건으로 항공기 10대를 추가 구매할 수 있는 옵션 등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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