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탄핵 정국에도 1Q 기업 성적표 '양호'…진짜 폭풍은 2Q부터
현대차·SK하이닉스, 1분기 역대 최대 매출…삼성·LG전자 '선방'
美 현지 생산 확대·가격 인상…관세 대응 분주
- 이동희 기자, 박주평 기자, 김종윤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박주평 김종윤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과 탄핵 정국에도 불구하고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1분기 역대급 성적표를 내놨다. 관세 부과 이전에 재고를 확보하려는 선주문이 몰리면서 1분기 실적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환율 역시 실적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기업들의 표정엔 웃음기를 찾아볼 수 없다. 2분기부터 관세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선주문은 주문 감소로 부메랑이 돼 돌아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3월 철강·알루미늄에 이어 4월 수입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자 4월(1~20일)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은 14% 이상 급락했다. 이에 기업들은 관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현지 생산 등 사업망 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28일 경제계에 따르면 현대차(005380)·기아(000270)는 올해 1분기 나란히 역대 1분기 기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업체별로 현대차 44조 4078억 원, 기아 28조 175억 원을 기록하며 합산 매출액이 72조 4253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8.3% 증가한 수준이다. 총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9% 줄어든 6조 6421억 원을 기록했다.
현대차·기아의 1분기 역대급 실적은 환율 효과가 컸다. 지난 1분기 말 달러·원 환율이 전년 동기 대비 9.4% 오른 1453원으로 집계, 현대차 매출에 2조 590억 원 기여했다. 기아 역시 원화 약세로 3640억 원의 영업이익이 증가하는 효과를 거뒀다.
하지만 2분기 이후 실적에 대해서는 우려가 가득하다. 실제 현대차·기아의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관세 질문이 쏟아졌으나, 불확실성으로 인해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현대차 재경본부장 이승조 부사장은 "투자 우선순위와 효율성에 입각해 생산·운영을 최적화하는 컨틴전시 플랜을 수립할 것"이라며 "(관세에 따른) 수익성 악화 영향은 불확실성이 너무 커서 구체적인 수치를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전자·반도체 기업들도 1분기 눈에 띄는 성과를 냈지만, 불안감을 숨기지 않았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7조 6391억 원, 영업이익 7조 4405억 원으로 역대 1분기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1.9%, 157.8% 증가한 수치다. 이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덕분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4일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영향에 대해 "글로벌 고객은 당사와 협의 중이던 메모리 수요가 변함없이 유지 중"이라며 "일부 고객은 단기적 수요를 앞당기는 움직임도 있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올해 1분기에 매출 22조 7398억 원, 영업이익 1조 2591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8% 증가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7%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아직 사업부별 세부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8일 매출액 79조 원, 영업이익 6조 6000억 원의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이는 영업이익 컨센서스(5조 1348억 원)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포스코는 비용 절감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2.7% 늘어난 4500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2분기부터가 변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액은 3억 4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18.9% 감소하는 등 관세 부정적 효과는 이미 현실화했다.
슈퍼사이클에 진입한 조선업계는 선별 수주로 확보한 물량이 실적에 반영되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HD한국조선해양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36.3% 증가한 8592억 원이다.
업계는 2분기부터 미국 관세 충격이 본격화할 것이라며 현지 생산 확대 등 본격적인 대응에 나선다.
현대차·기아는 재고 물량을 최대한 활용해 관세 충격을 흡수하는 한편 생산지 조정 등 현지화 전략 확대로 정면 돌파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기존 기아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한 미국 판매 투싼 물량을 앨라배마 공장(HMMA)으로 돌리고, 미국 수출 국내 생산 물량도 다른 지역 전환을 검토 중이다. 3월 말 준공한 신공장(HMGMA)의 물량을 연산 30만대에서 50만대로 늘리고 내년 하이브리드 생산을 본격화한다. 기아는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서 EV6와 EV9 생산한다.
LG전자는 미국 관세에 대응해 현지 가전제품 판매가 인상을 검토 중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미국의 통상 정책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도록 기존 공급 생산지와 다양한 시나리오별로 검토 중"이라며 "생산지 최적화 측면에서 관세 인상 회피가 가능한 멕시코, 미국을 최대한 활용해 최적의 생산지를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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