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기호 김명신 윤수희 박동해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 우리나라 재계 총수들의 릴레이 면담이 30일 이뤄지고 있다.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은 트럼프 주니어가 묵고 있는 호텔을 찾아 대미 사업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주니어와 면담을 한 총수들의 면면을 보면 미국 사업 비중이 큰 에너지, 방산부터 조선업, 금융, IT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협력 방안을 교환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주니어와 만날 것으로 예상됐던 4대 그룹 총수들은 해외 출장 등의 일정으로 만남이 불발됐다.

트럼프 주니어는 방한 이튿날인 30일 오전 일찍부터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건물의 한 보안구역에서 재계 총수들과 연달아 만나고 있다. 이 건물의 보안 구역에서 비공개로 면담이 이뤄지기에 정확한 면담 시간과 내용 등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30분에서 1시간가량 면담이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재계에 따르면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김동원 한화생명보험 사장,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 등 한화그룹 3형제와 이재현 CJ그룹 회장,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부사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허용수 GS에너지 사장, 양종희 KB금융 회장이 트럼프 주니어와 면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도 만남이 예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그룹 3형제의 경우 미국에서의 조선·태양광 사업 등에 대한 의견 교환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이날 오전 호텔에 있는 한 커피숍에 함께 있는 모습이 취재진에게 포착되기도 했다.

한화그룹은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하고 미국과의 조선업 협력을 진행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K-조선에 러브콜을 보내면서 양국의 사업 협력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한화그룹은 조지아주에 태양광 생산기지 '솔라허브'도 구축하고 있다.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AMPC(첨단세액공제) 혜택이 연간 약 1조 원으로 추정된다. 김 부회장 등은 트럼프 주니어에 미국 사업 확대 의지를 밝히고 협력을 요청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의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이재현 CJ 회장도 트럼프 주니어와 만났다. CJ그룹은 올해 글로벌 시장 공략을 목표로 핵심 시장인 미국에서 현지 생산시설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7000억 원을 투입, 2027년 완공을 목표로 미국 중서부 사우스다코타주 수폴스(Sioux Falls)에 '북미 아시안 푸드 신공장'을 건설 중이다. 완공 시 북미 최대 규모의 아시안 식품 공장이 된다. 뚜레쥬르를 운영하는 CJ푸드빌도 약 700억 원을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에 생산 공장을 건립 중이다. CJ올리브영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 현지 법인 'CJ 올리브영 USA'를 설립할 예정이다.

부친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동남아시아 출장에 나섰던 롯데 오너가 3세 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은 귀국 직후 트럼프 주니어와 면담했다. 신 부사장 역시 롯데가 신사업으로 삼은 바이오 분야에 대한 협력을 논의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신 부사장이 글로벌전략실장을 맡고 있는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22년 인수 및 증설한 미국 뉴욕의 시러큐스 공장을 통해 국내 위탁개발 생산 기업 중 처음으로 미국 내 생산을 시작한다.

네이버 창업주인 이해진 이사회 의장은 오전 11시부터 1시간가량 트럼프 주니어와 만나 인공지능(AI)과 글로벌 진출, 협력을 논의했다. 네이버는 북미 중고 거래 플랫폼인 포시마크를 인수했고 웹툰 엔터테인먼트는 미국 나스닥에도 상장했다. 최근에는 AI 생태계 구축을 위해 미국 빅테크 기업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양종희 KB금융 회장과 허용수 GS에너지 사장도 트럼프 주니어와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양 회장은 트럼프 주니어와 30여분간 만나 금융산업 부문에서 협력할 수 있는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공유했다. 허 사장은 미국의 알래스카 LNG(액화천연가스) 사업과 관련 협업 방안 의견을 전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외에도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도 트럼프 주니어와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 구자은 LS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도 면담 대상자로 거론되고 있다.

재계의 관심이 쏠렸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들과 트럼프 주니어의 만남은 불발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정의선 회장은 현재 해외 체류 중이다. 정 회장은 30일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100일 성과를 과시하기 위해 마련한 '미국에 투자하라'(Invest in America) 행사에 초청됐다. 정 회장은 이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재용 회장과 최태원 회장, 구광모 회장은 트럼프 주니어를 만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해외 체류 일정,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은 국내 출장 일정으로 면담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정·관계 인사들과의 면담도 성사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주니어는 방한을 결정했을 때부터 국내 재계 인사들만 만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전날 오후 6시 20분쯤 전세기편으로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입국한 트럼프 주니어는 자신을 한국에 초청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자택에서 2시간가량 만찬을 함께 했고 이날도 모든 일정을 함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주니어는 이날 면담 일정을 모두 소화한 후 출국할 예정이다. 출국 시각은 면담에 따라 다소 유동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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