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유럽 최대 냉난방공조 기업 '獨 플랙트' 2.4조에 인수(종합)
데이터센터 냉각기 수요 급증…플랙트, 업계 최고 기술력
하만 이후 8년 만에 조단위 M&A…사업 안정성·수익성 확보
- 박주평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삼성전자(005930)가 독일에 본사를 둔 유럽 최대 규모의 냉난방공조(HVAC) 기업 '플랙트그룹'(이하 플랙트)을 15억 유로(약 2조 4000억 원)에 인수했다. 지난 2017년 하만 인수 이후 8년 만에 조 단위 대형 인수·합병(M&A)이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에 힘입어 높은 성장이 기대되는 글로벌 HVAC 사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영국계 사모펀드 트라이튼(Triton)이 보유한 플랙트 지분 100%를 15억 유로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14일 밝혔다.
플랙트는 100년 이상 축적된 기술력을 가진 공조기기 업체로, 고객별 수요에 맞춘 제품과 설루션을 공급할 수 있는 제품군과 설계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그동안 △안정적 냉방이 필수인 대형 데이터센터 △민감한 고서·유물을 관리하는 박물관·도서관 △유동인구가 많은 공항·터미널 △항균·항온·항습이 중요한 대형 병원 등에 공조 설비를 공급해 왔다.
특히 글로벌 대형 데이터센터 공조 시장에서 빠른 성장세를 지속해 오고 있다. 수많은 인공지능(AI) 서버가 동작하는 데이터센터는 발열량이 막대하기 때문에 냉각 설루션이 필수적이다.
플랙트의 데이터센터 설루션은 저탄소·친환경 목표 달성이 중요한 초대형 데이터센터 고객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다. 냉각액을 순환시켜 서버를 냉각하는 액체냉각 방식인 CDU에서도 업계 최고 수준의 냉각용량, 냉각효율의 제품군을 확보하고 있다.
플랙트는 지난해 '데이터센터 업계의 오스카상'이라고 불리는 DCS 어워즈 2024에서 혁신상을 받으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플랙트는 데이터센터 외에도 글로벌 톱 제약사, 헬스케어, 식음료, 플랜트 등 60개 이상의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공조사업은 가정과 다양한 상업, 산업 시설의 온·습도를 제어하는 핵심 산업으로 지구온난화, 친환경 에너지 규제 등으로 글로벌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공항, 쇼핑몰, 공장 등 대형 시설을 대상으로 하는 중앙공조 시장은 지난해 610억 달러(약 86조 원)에서 2030년 990억 달러(약 140조 원)로 연평균 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중 데이터센터 부문은 2030년까지 441억 달러 규모로 연평균 18% 성장하는 등 공조 시장을 견인하고 있으나, 글로벌 공급 경험과 최적의 설계와 설루션 제시 역량 등 진입장벽이 높다.
삼성전자는 생성형 AI/로봇/자율주행/확장현실(XR) 등 확산에 따라 데이터센터 수요가 지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플랙트를 인수했다.
이로써 삼성전자의 빌딩 통합 제어설루션(b.IoT, 스마트싱스)과 플랙트의 공조 제어설루션을 결합해 안정적이고 수익성이 좋은 서비스, 유지보수 사업의 확대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는 가정과 상업용 시스템에어컨 시장 중심의 개별공조(덕트리스, Ductless) 제품으로 공조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미국 공조업체 레녹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삼성전자의 기존 판매채널에 레녹스의 판매채널을 더해 북미 공조시장 공략도 강화한 바 있다.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직무대행 노태문 사장은 "삼성전자는 AI, 데이터센터 등에 수요가 큰 중앙공조 전문업체 플랙트를 인수하며 글로벌 종합공조 업체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며 "앞으로 고성장이 예상되는 공조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지속해서 육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플랙트 트레버 영 최고경영자(CEO)는 "플랙트가 삼성전자의 일원이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100년이 넘는 업력의 글로벌 톱 티어 공조 업체로서 글로벌 대형 고객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온 플랙트가 이제 삼성전자의 글로벌 사업 기반과 투자를 통해 성장을 더욱 가속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가 인수·합병(M&A)에 조 단위를 투입한 것은 지난 2017년 전장·오디오 회사 하만을 약 9조 원에 인수한 이후 처음이다. 지난 7일에는 미국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부를 3억 5000만 달러(약 5000억 원)에 인수하는 등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앞서 로봇(레인보우로보틱스), AI(옥스퍼드 시멘틱 테크놀로지스), 메드테크(소니오) 등 기업을 잇따라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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