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역발상 투자' 2주 연속 대형 M&A…이재용의 베팅 계속된다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 플랙트 인수…글로벌 공조 시장 공략
8년 만에 조 단위 투자…'삼성전자 승부수 본능 깨어났다' 평가
- 박기호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삼성전자(005930)가 2주 연속으로 대형 인수합병(M&A)을 단행했다. 불황일 때 투자를 늘리고 호황기에 더 크게 성장하는 삼성의 역발상 투자 전략이 본격화하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선 미래 성장을 위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승부수가 계속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4일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인 독일 플랙트그룹(FläktGroup)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날 영국계 사모펀드 트라이튼(Triton)이 보유한 플랙트 지분 100%를 15억 유로(이날 기준 2조 3792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2017년 전장·오디오 기업 하만을 80억 달러에 인수한 후 8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M&A다.
삼성전자는 플랙트 인수를 통해 고성장 중인 글로벌 공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플랙트는 100년 이상 축적된 기술력을 가진 프리미엄 공조기기 업체다. 그간 안정적인 냉방이 필수인 대형 데이터센터, 민감한 고서·유물을 관리하는 박물관·도서관, 유동 인구가 많은 공항·터미널, 항균·항온·항습이 중요한 대형 병원 등의 다양한 시설에 고품질·고효율 공조 설비를 공급해 왔다. 플랙트는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글로벌 톱 제약사, 헬스케어, 식음료, 플랜트 등 60개 이상의 대형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대형 시설을 대상으로 하는 중앙공조 시장은 2024년 610억 달러에서 2030년 990억 달러로 연평균 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데이터센터 부문은 2030년까지 441억 달러 규모로 연평균 18%의 높은 성장률로 공조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공급 경험, 최적의 설계와 설루션 제시 역량을 갖춰야 하는 등 진입장벽이 높다. 삼성전자는 생성형 인공지능(AI)·로봇·자율주행·XR 등의 확산에 따라 데이터센터 수요가 지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이번에 플랙트를 전격적으로 인수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이번 인수를 두고 8년간 사실상 멈췄던 대형 M&A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 하만을 통해 미국 마시모(Masimo) 사의 오디오 사업부를 3억 5000만 달러(약 5000억 원)에 인수했다. 하만은 2020년까지 실적 부진을 겪었지만 2021년부터는 반등에 성공했고 지난해 1조 3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등 알짜 자회사로 변신했다. 이를 주목한 삼성전자는 마시모 오디오 사업부 인수를 통해 하만을 전장과 오디오 분야 세계 1위로 키워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마시모 사의 오디오 사업부 인수는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 후 가장 큰 규모의 M&A이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마시모 사의 오디오 사업부 인수 1주일 만에 조 단위의 플랙트 인수를 단행했다. 2주 연속 이뤄진 대규모 M&A로 삼성전자의 승부수 본능이 깨어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 이후 레인보우로보틱스(로봇), 옥스퍼드 시멘틱 테크놀로지스(AI), 소니오(데드텍) 등을 인수했지만 비교적 규모가 작은 편이었다.
업계에선 로봇 등이 삼성전자의 새로운 빅딜 대상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주주통신문에도 관련 내용이 거론된 바 있다. 삼성전자는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보유 현금을 활용한 추가 (자사주) 매입이나 M&A 계획이 있는지' 여부에 "다양한 주주가치 제고와 미래 성장을 위한 M&A를 지속해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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