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7달러에도 정유업계 '한숨'…"불황 터널 끝 안보인다"
유가 급락에 정제마진 상승…4~5달러 손익분기점 상회
원유 수요 하락 전망 지속에 '우울'…역래깅 우려
- 박종홍 기자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정유업계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최근 상승하고 있지만 한숨이 끊이지 않고 있다. 원유 가격 하락으로 역래깅 효과로 실적이 악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특히 경기 침체 장기화로 석유 수요가 줄어 부진한 실적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20일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배럴당 3.1달러 수준이던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이달 12일 기준 6.34달러까지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은 이번 주 기준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을 각각 배럴당 7.4달러, 7.33달러로 추산했다.
최근 정제마진이 상승한 것은 원유 가격이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꾸준히 하락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해 1월 배럴당 80.41달러였던 두바이유는 이달(1~19일) 63.27달러로 하락했다.
같은 북해 브렌트유는 78.35달러에서 63.60달러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75.10달러에서 60.64달러로 각각 가격이 내려갔다.
업계 관계자는 "4월 들어서는 정제마진이 오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한 달 반 사이 원유 가격이 급락하다 보니 제품 가격과 원가 사이 차이가 크게 벌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유업계는 통상 4~5달러의 정제마진을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지난해부터 상당 기간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을 하회했던 점을 감안하면 수익성 개선 신호로 볼 수 있는 셈이다.
정유업계는 올해 1분기에도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에쓰오일(S-OIL)(010950)은 215억 원의 영업손실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SK이노베이션(096770) 석유 부문, HD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등의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70~90% 급감했다.
정제마진이 올라도 정유업계 기대감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 지속, 글로벌 무역 장벽 강화 우려로 석유제품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달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글로벌 원유 수요 증가량 전망치를 기존 1일 103만 배럴에서 73만 배럴로 축소한 바 있다. 내년 전망치도 69만 배럴로 낮춰 잡았다.
국내 정유사들은 원유 가격 하락에 따른 역(逆) 래깅 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비싸게 사둔 원유를 정제한 석유제품을 비교적 싼 값에 판매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사들인 원유를 정제해 판매하기까지 1~2달의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축적하고 있는 원유 재고의 자산 가치 하락도 업체들로서는 부담이다. 이에 따라 정제마진 상승효과는 미미할 것이란 게 업계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제마진이 올랐지만 유가 변동분을 반영하면 여전히 손익분기점 아래"라며 "현재 경기 불황 지속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차츰 늘어날 것이란 분위기도 아니라서 당분간 어려움은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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