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법정책학회, 한국벤처창업학회 공동세미나 개최
"K-콘텐츠 플랫폼,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해야"
플랫폼은 규제가 아닌 전략이다… 산업 생태계 위한 정책 전환 촉구
- 이재상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플랫폼법정책학회(회장 이봉의, 서울대)와 한국벤처창업학회(회장 이우진, 국민대)가 19일 공동 주최한 '콘텐츠플랫폼, 국가경제의 새로운 엔진: 산업정책 제안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K-콘텐츠 플랫폼은 단순 유통채널이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가전략산업"이라며 진흥 중심의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참석자들은 △국가 플랫폼 자본주의 시대에 플랫폼의 전략적 가치가 급부상하고 있으며, △콘텐츠 플랫폼은 고용·수출·문화적 영향력을 동시에 창출하는 핵심 인프라이자, △글로벌 플랫폼과의 비대칭 구조 속에서 국내 플랫폼의 경쟁력을 강화할 정책적 '지지대'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전성민 교수(가천대 경영학부)는 발제를 통해 "플랫폼은 단순한 유통 경로가 아니라, 국경 없는 디지털 영토의 지배자"라며 "플랫폼이 자본주의를 대체하는 ‘국가 플랫폼 자본주의(State Platform Capitalism)’로 진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구글의 시가총액이 한국 GDP를 넘어섰다. 지금도 플랫폼을 하나의 산업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며 "플랫폼에 국가가 전략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면 자본과 기술을 가진 강대국이 주도권을 독점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두 번째 발제에 나선 강형구 교수(한양대 경영학부)는 콘텐츠 플랫폼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하며, 전략 산업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 교수는 콘텐츠 플랫폼 "기술"의 경제적 파급 효과에 대해 △경제적 가치 약 15조 원 △고용 유발 약 8만 명 △수출 유발 약 3000억 원 △생산 유발 약 4조 원으로 분석했다. 그는 "국내 기준으로는 매우 큰 수치이나 글로벌 시장 규모에 비추어볼 때 여전히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한국은 콘텐츠 강국임에도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글로벌 플랫폼은 콘텐츠 제작 없이도 수익을 독점하는 반면, 국내 플랫폼은 구조적 제약 속에서 성장 한계에 직면해 있다"면서 "국내 콘텐츠 플랫폼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플랫폼의 금융 자산화와 이를 뒷받침할 산업 정책적 연계가 시급하다"고 했다.
현재 대선 국면에서 모든 후보가 AI를 국가전략 핵심 분야로 내세우는 가운데, AI 발전과 플랫폼의 불가분의 관계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강형구 교수는 "AI는 플랫폼 없이는 성장할 수 없다"며 "데이터 축적, 반복 학습, 알고리즘 고도화 등 AI 발전의 핵심 요소들이 모두 플랫폼 환경을 기반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플랫폼의 알고리즘 기반 효율성과 생산성 향상 효과를 강조하며, "플랫폼은 AI 시대의 전초기지이자, 국가 기술주권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라고 진단했다.
전성민 교수 역시 "AI가 국가 경쟁력의 결정적 요소로 부상한 지금, 플랫폼은 데이터의 집결지이자 알고리즘 혁신의 중심"이라며 "AI 시대에는 데이터를 보유한 플랫폼이 곧 지배력을 갖게된다. 플랫폼을 잃는다는 것은 AI 경쟁력을 함께 상실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AI, 스타트업, 콘텐츠 산업은 모두 플랫폼 생태계 안에서 유기적으로 작동한다"며 "플랫폼 산업을 단순 규제 대상이 아닌 국가 전략자산으로 명확히 재정의하고, 산업정책과의 연계를 강화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플랫폼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되고 있는 흐름과 달리, 국내에서는 과도한 규제로 인해 자국 플랫폼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 기형적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에 참석자들은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전성민 교수는 "EU의 디지털시장법(DMA)은 자국 산업 보호를 전제로 외국계 빅테크만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지만, 한국의 플랫폼 경쟁촉진법은 국내 기업까지 포함시켜 오히려 역차별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튜브 뮤직의 끼워팔기 제공 방식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제때 규제하지 못한 반면, 국내 음원 플랫폼에는 오히려 다크패턴 규제 등을 강화한 결과, 국내 플랫폼의 경쟁력이 약화되며 음악 산업 주도권마저 해외에 넘어갔다"고 비판했다.
전 교수는 "과거 판도라TV가 규제에 막혀 사라진 이후 국내 동영상 플랫폼 스타트업이 자취를 감춘 것 처럼, 플랫폼 생태계가 무너진 이후에는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같은 맥락에서 서종희 교수(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는 "국내에서 유럽식 규제를 도입하면서 정작 EU가 전제로 둔 '자국 산업 보호' 정신은 반영하지 않았으며, 소비자 보호에만 초점을 맞춰서 자국 플랫폼에 대한 영향 평가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국내에는 관련 법이 충분히 존재한다”면서 “기존 법을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고민보다 새로운 법 제정에만 초점을 맞추는 현행 접근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준영 교수(경상국립대 법학부)도 "문화산업 관련 불공정 거래 행위와 관련해 문화산업공정유통법과 같은 새로운 법률 제정을 논의할 것이 아니라, 예술인권리보장법 등을 보완해 기존 법제의 집행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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