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일 한국인, 또 기록 경신…일본여행 인기 요인은 '느림'에 있다"
[관광청 릴레이 인터뷰] 시미지 유이치 일본정부관광국 서울 사무소장
“방한 2000만 실현하려면 지속적인 관광 정책 필요해“
-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김성진 기자 = 지난 2024년, 일본여행을 떠난 우리나라 여행객 수는 역대치를 기록했다. 한 해 동안 방문한 한국인 여행객 수는 881만 명. 이는 일본을 방문한 국가별 방문객 중 24% 비중으로 1위다.
일본 정부는 올해 역시 방일 한국인 관광객 유치 시장의 새로운 양과 질적 성장을 경신할 것으로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이를 위해 일본정부관광국(JNTO)은 여느 때보다 더욱 한국인 여행 수요를 면밀히 파악해 '취향 저격'하는 캠페인과 프로모션을 줄줄이 내놓을 계획이다.
<뉴스1>은 시미지 유이치 일본정부관광국 서울사무소장을 만나 한국인 여행객이 왜 그토록 일본을 찾는 지 그 이유를 들어봤다.
시미지 소장이 일 년간 한국에서 거주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부분은 '가까우면서 다르다'였다. 물리적으로 가깝고 외모와 동양권 문화가 닮아 있지만, 그외에 다른 것이 매우 많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사람들의 성향은 매우 빠르고 바꾸는 것을 좋아하는 반면, 일본은 천천히 가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며 "흥미로운 점은 한국인 본인들은 빠른 것을 좋아하면서 천천히 가는 것을 동경한다"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각 국가별 JNTO 사무소의 홍보·마케팅을 보면 한국 시장만의 차별점이 있다"며 "중국의 경우 TV 홈쇼핑, 라이브 방송을 통해 (속도감 있게) 일본을 알리는 반면, 한국은 '천천히' '감성적인'것을 중점으로 홍보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들어 한국 여행객들은 바쁘게 돌아가는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등의 대도시가 아닌 '소도시'로 떠난다고 분석했다.
JNTO가 네이버 트렌드 검색 기능을 통해 2016년 1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일본 소도시여행' 키워드 검색량을 분석한 결과, 2017년경부터 검색 수가 증가해 노재팬(일본 불매) 운동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시들해졌다가 2023년에 다시 증가해 24년 들어 한층 더 기세를 올렸다.
시미지 소장은 "한국 여행객 입장에서 '한국인이 없는 일본 여행', '남들이 가보지 않은 나만의 일본'에 대한 수요가 있다"며 "지난해엔 하나투어와 'N번째 여행'이라는 콘셉트로 오비히로, 아오모리, 니가타, 나고야, 시즈오카, 요나고, 오카야마, 다카마쓰, 대마도, 사가, 구마모토 11개 지역을 중심으로 소도시 여행 상품을 내놓은 바 있다"고 했다.
올해 일본에는 대형 행사들이 잇따라 열리는데, 이를 계기로 JNTO는 한국인 관광객 유치에 더욱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올해로 한국과 일본간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양국가는 다양한 협업 행사를 준비 중이다.
우선 지난 15일에는 한일 외교당국이 N서울타워와 도쿄타워에서 각각 수교 60주년을 기념하는 점등식을 가졌다. 한국은 서울타워 외벽에 한일이 작년 말 선정한 국교정상화 60주년 로고·슬로건을 빛으로 투사하고 그 주변을 한일 국기를 상징하는 빨간색과 파란색 불빛으로 밝혔다.
일본 오사카에서는 4월 13일부터 10월 13일까지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가 열린다. 예상 관람객 수는 약 2820만 명에 이르며 전 세계 150개국, 25개 국제기관이 참여할 예정이다.
이 기세에 맞춰 시미지 소장은 "올해는 특히 지역 중심이 아닌 한국 젊은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애니메이션'과 '음악'으로 일본을 알릴 계획"이라며 "지난해 1980년에 발매한 노래인 '푸른 산호초'(青い珊瑚礁)를 하니가 부르면서 유행한 것처럼 일본 문화가 한국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고령화 사회와 저출산 문제에 따른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에 살아남을 수 있는 대안으로 '관광'을 주목하고 이에 따른 범국가적인 정책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방일객 수가 방증이다. 지난 한 해 총 방일객 수는 3686만 9900명으로 전년대비 47.1% 늘었고 역대 최다치를 기록한 2019년(3188만 2049명)보다 약 500만 명이 더 방문했다. 한국을 비롯한 23개 방일 주요 시장 중 20개 시장은 연간 누적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시미지 소장은 일본처럼 인구 감소, 지역 소멸 문제에 취약한 한국 역시 '관광'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속성과 통일성만 있다면 한국이 목표로 삼은 방한객 2000만 명은 머지 않아 실현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2000년대 초만 해도 방일객은 500~600만 명 수준이었다"며 "당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1000만 명을 유치하자고 목표로 세우기도 하면서 본격적인 '관광' 정책이 이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후 2016년 아베 총리가 '내일의 일본을 지탱할 관광비전'을 국책 사업화하면서 현재까지 일본관광청에 속한 내각부는 물론 환경성, 농림성, 국토교통성 등의 여러부처의 국장급이 전문가들과 정책 회의에 돌입한다"며 "이후 액션 플랜(정책 추진 계획)을 대신(장관), 총리까지 보고하며 실행이 된다"고 말했다.
시미지 소장은 "2012년 집권당이 교체되었는데 어느 정권이 집권하든 관광 정책 하나만은 동일하게 이어갔다"며 "관광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산업이기에 한목소리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본정부관광국은 2030년까지 방일객 6000만 명, 여행 소비액 15조엔, 숙박자 수 1억 3000만명을 목표로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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