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이 주는 초기 창업 지원금…효과는 낮고 성장은 멈추고"
[혁신이 죽었다③]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일회성 예산 지원 사업은 그만…민간 투자 연계 필요
- 대담=강은성 성장산업부장, 이정후 기자,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대담=강은성 성장산업부장 이정후 김도우 기자
"지역에 있는 초기 스타트업은 제대로 된 스타트업이라기보다 정부의 창업 자금을 받으려고 급조된 기업이 많아요. 정부에서는 돈을 주면 뭔가를 할 거라고 기대하지만 그 기업들이 살아남을 가능성은 높지 않죠."
2022년부터 약 2년 동안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장을 지냈던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정부의 초기 창업 지원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그동안 지역에서 초기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공공의 역할을 하면서 느꼈던, 어떻게 보면 솔직한 소회에 가까웠다.
이 센터장은 "대학교 창업이 활발하던 예전과 비교하면 최근 창업 생태계는 그보다 고도화됐기 때문에 스타트업 붐을 조성하기 위한 지원은 그만하는 게 낫다"며 "예비창업패키지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 센터장은 인터뷰 동안 싸이월드를 창업했던 이동형 전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장의 논문을 자주 인용했다.
이동형 전 센터장은 과거 싸이월드를 창업하면서 그만뒀던 KAIST 경영공학부에 다시 돌아가 공공 창업지원사업에 대한 석사 논문을 최근 제출한 바 있다.
이 센터장은 "논문에 의하면 초기 창업 지원은 그랜트(일회성 사업화 자금) 방식의 지원 사업과 투자 방식의 지원으로 나뉜다"며 "그랜트 방식으로 지원할 경우 기업이 성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동형 전 센터장의 논문에 따르면, 창업 지원 사업을 진행한 공공 액셀러레이터들은 예비창업패키지에 대해 "사업화 자금은 시제품 제작에 쓰일 뿐 투자로 이어지는 가능성은 드물다"고 평가했다.
예비창업패키지는 아이디어를 보유한 예비 창업자에게 사업화 자금으로 최대 1억 원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평균적으로 약 5000만 원이 지급되고 있다.
논문에서는 또 정부의 패키지형 창업 지원 사업이 초기 투자를 이끌만한 스타트업을 만드는 게 아니라 '생계형 창업기업'을 양산한다고도 지적했다.
이 센터장도 해당 주장에 동의했다. 그는 "정부의 창업 지원금으로 먹고사는 창업가들이 많다"며 "이와 같은 사업들을 모두 창업 지원 사업이라고 주장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장의 비판 여론을 인지했는지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흔히 '예·초·도'(예비창업패키지·초기창업패키지·창업도약패키지)라 불리는 사업화 자금 지원 예산을 대폭 줄였다.
올해 예비창업패키지의 사업 예산은 490억 원으로, 이는 지난해 약 630억 원보다 140억 원가량 줄어든 규모다. 초기창업패키지 역시 약 549억 원에서 455억 원으로 줄었다. 다만 창업도약패키지는 593억 원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다.
이 센터장은 초기 창업기업에 대한 투자는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정부가 일정 부분 관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민간과 공공의 최적 포인트를 찾지 못해 정부 의존도가 너무 높아지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초기 투자(지원 정책)는 초기에서 끝나야 합니다. 정부가 지원했어도 투자를 못 받으니 시리즈A 단계도 지원해 주자? 저는 공공에서 스케일업이라는 단어가 자주 나오는 게 부적절하다고 봐요."
그렇다면 자금이 부족한 초기 창업기업을 정부가 어떻게 지원해야 할까. 이 센터장은 민간 투자와 연계해 예산을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간 투자를 바탕으로 정부 자금을 매칭 지원하는 팁스(TIPS)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민간이 결정한 투자에 정부가 자금을 지원해 주는 팁스가 제일 성공한 정책"이라며 "효율을 중시하는 민간의 투자를 활용하는 게 공공기관의 예산 사업으로 운영하는 것보다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대담=강은성 성장산업부장, 정리=이정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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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대한민국 혁신은 죽었다'는 탄식이 나온다. 전세계 혁신을 이끌고 있는 인공지능(AI) 대열에서 대한민국은 사실상 낙오됐고, 여타 산업에서도 기술 우위를 점한 분야를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아직 저력이 있다. 골든타임은 되살릴 수 있다. IMF도 극복해낸 민족이다. <뉴스1>은 2025년 새해를 맞아 대한민국 혁신산업의 현재를 진단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혁신, 정책, 자본시장 전문가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