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AI 골든타임 아직 남았다…제조·기술 리더 키워야"
[혁신이 죽었다⑪]윤성로 전 4차산업혁명위원장
"세계가 눈독 들이는 제조 데이터, AI 흐름 탈 기회"
- 대담=강은성 성장산업부장, 이정후 기자,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대담=강은성 성장산업부장 이정후 박세연 기자
"우리나라 인공지능(AI) 기술력은 분야에 따라 다르지만 글로벌 3~6위권이라고 봅니다. 사실 굉장히 잘 하고 있는 건데요. 문제는 정보 기술의 경우 1등 아니면 2등만 살아남습니다. 그리고 현재 1등, 2등과 나머지 그룹의 격차는 꽤 큰 편 입니다."
AI의 발전이 급속도로 빨라지면서 우리나라가 AI 주도권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다. 많은 시간과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은 선진국과 비교해 우리나라의 AI 준비는 늦었다는 인식에서다.
국내 AI 학계의 중심에 있는 윤성로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전 4차산업혁명위원장)는 AI 시대에도 우리나라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냉철하게 판단했을 때 "위기인 것은 분명하다"며 정부와 기업, 학계가 합심해 다가오는 AI 혁신을 하루빨리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의 관점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AI 역량은 미국과 중국이 2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AI를 활용한 다양한 산업군마다 차이가 있겠으나 3위~6위 수준이라는게 윤 교수의 평가다. 어떤 분야는 3위, 또 다른 분야는 6위 정도라는 이야기다.
순위로 보면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지만 선두권인 미국, 중국과의 기술 격차는 약 2~3년 정도로 평가된다. 문제는 AI의 기술력이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서 2~3년이면 상당히 큰 격차라는 점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인 2022년 11월 20일 AI 기반의 챗GPT가 등장했고 그 사이 모든 산업에서 AI가 확산한 것을 떠올려 보면 이를 이해할 수 있다.
윤 교수는 이에 대해 "학생들과 과제 수행을 할 때 AI 기술 리뷰를 하는 과정에서 어떤 학생이 6개월 쯤 된 AI 기술을 리뷰하고 있으면 '시조새' 기술을 왜 들고 왔냐고 놀리는 정도"라고 표현했다.
우리나라는 이같은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 기업, 학계가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따라잡기에는 적지 않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다만 윤 교수는 AI의 대중화 관점에서 우리나라에도 기회가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갖고 있는 제조업, 즉 하드웨어 분야에서 AI의 거대한 흐름을 따라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가 현재 AI 산업에서 위기인 것은 맞지만 극복할 수 있는 희망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IT 산업이 소프트웨어의 발전 뒤에 하드웨어가 따라오는 구조라는 점입니다. 기술을 대중화하려면 하드웨어가 필요한데 우리나라는 제조업이 강합니다. AI 반도체를 중요하게 보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윤 교수의 이야기처럼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가진 특별한 강점은 제조 데이터다. 생산 시설이 많은 우리나라의 산업 단지에서는 설비의 운영을 최적화할 수 있는 제조 노하우가 축적돼 있다.
중·소규모 제조업부터 대규모 제조업에 이르는 산업 규모는 물론이거니와 소재·부품·장비 산업에서 시작하는 기초 제조업은 반도체·조선·화학까지 다양한 업종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윤 교수가 접한 사례만 해도 이미 글로벌 빅테크들이 우리나라의 제조 데이터를 눈독 들이는 상황이다.
윤 교수는 "해외 AI 석학이 국내 기업을 찾아 'AI 전환을 도와줄 테니 제조 데이터를 공유해달라'고 요구한 적이 있었고,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국내 제조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올릴 수 있도록 제안한 적도 있었다"며 "국내 제조 데이터에 관심이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은 제조 환경에서도 AI 전환이 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아직은 먼 이야기로 들리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공장에 투입되는 날이 온다면 지식의 가치뿐 아니라 노동의 가치도 추락할 수 있다.
윤 교수는 AI를 '전기'에 비유하며 이를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전기는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사업 기회가 클 수 있습니다. AI도 전기처럼 대중화됐을 때 이를 어떻게 쓸지 고민해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당면한 AI 위기 극복 방법의 방향성은 얼추 보이지만 또 다른 문제가 있다. AI 연구를 뒷받침할 '인재 부족' 문제다.
인재 육성의 요람인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윤 교수는 이를 하루가 다르게 체감하고 있다. 뛰어난 학생은 여전히 있지만 하위 그룹의 인재풀이 얇아지고 있어서다.
그는 "공대로 한정해서 이야기하면 절대적인 인구가 줄고 있다"며 "야구팀으로 비유하면 예전에는 1군, 2군, 3군이 촘촘하게 있었지만 지금은 1군밖에 없어서 이들이 이탈할 경우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줄어드는 인구 현상에서 해답을 찾기 위해 기술적 리더를 양성하고 롤모델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위기 상황의 여러 전조 중에 하나가 리더가 없는 겁니다. 우리나라에 여전히 훌륭한 리더는 많지만 '진정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한 시대가 됐어요. '내가 굳이 왜?'라고 생각하니까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윤 교수는 잠재적 리더를 발굴해 육성하는 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필요에 따라서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우리나라 인재를 돌아올 수 있게 하는 강력한 보상 체계도 필요하다고 했다.
"리더십을 발휘하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도 바꿔야 합니다. 교수나 학생들의 창업을 활성화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일 수도 있고요. 이를 위해서는 국가 비전과 전략이 필요합니다."
■대담=강은성 성장산업부장, 정리=이정후 기자
leejh@dqdt.shop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편집자주 ...대한민국 혁신은 죽었다'는 탄식이 나온다. 전세계 혁신을 이끌고 있는 인공지능(AI) 대열에서 대한민국은 사실상 낙오됐고, 여타 산업에서도 기술 우위를 점한 분야를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아직 저력이 있다. 골든타임은 되살릴 수 있다. IMF도 극복해낸 민족이다. 은 2025년 새해를 맞아 대한민국 혁신산업의 현재를 진단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혁신, 정책, 자본시장 전문가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