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인데 비자 발급에 인색…혁신 키우려면 적극 유치해야"
미국·유럽 기술 패권 격차는 인재 유치 정책 차이
우리나라 창업 비자 승인율 35% 불과
- 이정후 기자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국내 혁신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글로벌 인재 유치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우리나라의 고령화·저출산 인구 구조를 감안하면 해외 인재 유치가 필수라는 이야기다.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스타트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하고 창업진흥원,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창조경제혁신센터협의회, 펜벤처스코리아가 주관했다.
이날 토론회는 외국인 혹은 외국기업의 국내 유입을 뜻하는 '인바운드 창업'과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의미하는 '아웃바운드 창업' 활성화 정책 방향을 논의했다.
발표에 나선 박대희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는 "기술 패권이 치열한 지금은 기술과 자본 외에도 인재의 중요성이 계속해서 강조되고 있다"며 "전 세계의 수많은 정책이 인재를 유입하기 위한 정책으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글로벌 선진국 그룹으로 분류되는 미국과 유럽의 명목 GDP를 예시로 제시했다. 자료에 따르면 2008년 대비 2023년 미국의 명목 GDP는 약 87% 성장했으나 유럽은 약 13.5% 성장에 그쳤다. 그 사이 미국과 유럽의 GDP는 역전됐다.
그는 이와 같은 현상이 이민 정책의 차이점에서 기인했다고 봤다. 미국은 화이트칼라 중심의 인재를 유치해 기술 창업을 유도했고, 유럽은 블루칼라 중심의 노동 인재를 주로 들여왔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모두 이민자 출신의 창업가들"이라며 "미국의 창업 이민자는 인구의 0.9%에 불과하지만 미국 유니콘 기업의 50%를 차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외국인의 기술창업비자(D-8-4) 승인율이 약 35%에 불과하고 비자 심사에도 평균 4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외국인 창업자에 대한 세금 감면이나 주거 지원도 타국 대비 경쟁력이 약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의 자산이 될 수 있는 국내 거주 해외 유학생은 약 21만 명 수준이지만 졸업 후 국내 취업률은 8%에 불과하다. 일본의 44.3% 비교하면 매우 저조한 수치다.
동시에 국내 인재의 해외 유출은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한국 국적의 해외 유학생은 약 12만 명으로 세계 3위 수준이다. 지방으로 갈수록 인재 부족 문제는 더욱 나빠지는 중이다.
박 대표는 △외국 국적자 △한국 국적 귀국자 △국내 이민자 출신 △유학생·근무 인재 등 글로벌 인재 유형에 따른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들이 한국에 정착하고 산업에 기여할 수 있도록 특화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외국인 창업지원법 제정 △국가대표 창업도시 10곳 지정 △스타트업코리아 특별비자 개선 △지역 기반 글로벌 전용 펀드 조성 △글로벌 스타트업 허브 전략산업지역 조성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 구축 등을 창업 활성화 정책으로 제안했다.
한국의 해외 인재 유치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스타트업에서도 나왔다.
이한빈 서울로보틱스 대표는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은 수학 박사 학위를 보유하고 있고 유럽 대기업에서 AI를 담당한 외국인으로 8년 동안 함께 일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정부에서 시민권을 주지 않는다. 시골에서 불법으로 일하면서 노동하는 외국인과 똑같이 취급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해외에서 공부를 잘했던 인재는 비자를 쉽게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창업을 하지 않더라도 한국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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