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장애 있어도 불편함 없이"…KT '수어상담' 살펴보니
"어려운 통신 용어, 수어로 풀어서 천천히, 알기 쉽게"
- 김정현 기자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수백명의 상담원이 KT(030200) 가입자들의 전화를 응대하는 KT 광화문cs센터. 고객센터답지 않게 유달리 조용한 구역이 있다. 2명의 수어 상담사가 근무하는 곳이다.
이들은 상담에 마이크 대신 태블릿을 통해 걸려온 영상통화로 상담전화를 받고, 목소리 대신 수어로 상담자들의 문의에 답한다.
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지난 17일 KT 광화문cs센터에서 만난 수어상담사 강영지 KTis 광화문cs센터 주임은 "원래 상담사로 일했는데 주위에 청각장애인이 있어 수어를 배우고 수어 상담을 시작했다"며 "KT에서는 2년 전부터 수어상담사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어 상담은 일반 상담보다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 일반 전화 상담이 하루에 평균적으로 120~130콜을 처리한다면, KT 수어 상담사는 일 평균 20콜, 월 440건의 고객 상담을 처리하고 있다.
강 주임은 "수어 상담은 아무래도 모든 대화를 수화로 하고, 본인 확인 절차도 길다보니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수 밖에 없다"며 "통신 용어 중 전문 용어가 많다보니 수어에 대응하는 단어가 없어 이를 풀어서 설명해 드려야 하기 때문에 상담이 더 길어지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KT의 수어 상담사들은 고객센터 업무 외에도 장애인들의 통신 서비스를 '통역'하는 일도 맡고 있다. 일선 대리점에는 수어를 아는 직원들이 거의 없다보니, 수어 상담사에 영상통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하는 일도 적지 않다.
강 주임은 "최근에 핸드폰을 분실하신 고객님이 있었는데, 청각 장애가 있어서 분실 접수까지 다 하시고도 ARS 전화를 통해 위치를 찾는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했다"며 "KT 대리점에서 셋이 함께 통화하며 도와드렸던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KT의 수어상담은 안드로이드 폰과 아이폰 모두에서 사용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태블릿에서는 수어상담을 위한 전용 전화번호를 제공하고, 아이폰·아이패드에서는 수어상담 전용 이메일 주소를 통해 '페이스타임'으로 수어상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같은 수어상담을 이용하는 청각 장애 고객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20대 가입자 이윤미 씨는 "KT는 수어 상담 서비스가 있어 정말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다"며 "특히 대리점에서 의사소통이 어려울 때도 수어 콜센터에서 통역을 도와주셔서 많은 도움이 된다"고 감사를 표했다.
KT는 지난 2006년 업계 최초로 수어 상담을 시작한 이후, 장애를 가진 이용자들도 최대한 불편없이 통신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시각 장애인을 위해서는 '점자 명세서'를 제공한다. '보이스아이'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요금 내역을 음성으로 안내하는 기능도 있다. 또 장애인 고객 전용 '보는 ARS'를 통해 수어와 채팅, 이메일 상담도 선택할 수 있다
KT고객센터에서는 고객이 자신을 장애인으로 등록하는 기능도 있다. KT고객센터에서는 장애인 등록이된 고객을 대상으로는 '고객이 이해할 때까지 천천히, 한가지씩, 반복하고, 기다려주기' 캠페인으로 맞춤형 상담을 제공 중이다. 이날 기준 KT고객센터에 장애인 등록 기능을 이용 중인 사람은 약 26만 명이다.
이외에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텍스트 읽어주기 지원, 청각장애인을 위한 동영상 자막 제공, 지체 장애인을 위한 키보드 서칭 기능 등도 꾸준히 확대 운영 중이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 KT닷컴과 마이케이티 앱은 15년 연속 웹·앱 접근성 우수 인증을 획득했다.
KT 고객센터는 장애인 직접 고용에도 적극적이다. KT고객센터를 맡은 KTis, KTCS에는 상담, 네일케어, 헬스케어, 택배전달 등을 수행하는 장애인이 약 130명 근무 중이다.
장슬기 KTis 광화문cs센터장은 "처음 수어상담을 제공하기 시작했을 때, 통신업계에 이런 서비스가 없었기 때문에 감사하다는 반응이 많았다"라며 "이제 2026년이면 KT에서 수어상담을 제공한지 20년째가 되는 것이 저희 자부심"이라고 강조했다.
장 센터장은 "수어상담 제공 이후 안드로이드 뿐 아니라 기종과 상관없이 아이폰 페이스타임으로도 수어상담을 제공하는 등 서비스 범위를 확대해왔다"며 "현재 태블릿으로 제공 중인 수어상담 서비스도 더 불편함 없이 이용하실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ris@dqdt.s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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