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틀을 벗어난 몽상가의 삶과 음악적 유산 [역사&오늘]
5월 17일, 프랑스 음악가 에릭 사티 출생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866년 5월 17일,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의 아름다운 항구 도시 옹플뢰르에서 에릭 알프레드 레슬리 사티가 태어났다. 독창적인 음악 세계로 20세기 초 음악계에 독특한 족적을 남긴 예술가다.
사티는 파리 음악원에서 전통적인 음악 교육을 받았지만, 곧 그 틀에 답답함을 느끼고 자신만의 음악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몽마르뜨의 보헤미안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자유로운 영혼을 키웠다. 이러한 경험들은 그의 음악에 독특한 색깔을 불어넣는 토대가 됐다.
사티는 피아노 연주와 카페에서의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그는 자신만의 음악적 이상을 추구하며 독창적인 작품들을 세상에 내놓았다. 그의 기발한 유머 감각은 작품의 제목이나 악보에 적힌 지시문에서도 엿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짜증 나는 남자'라는 곡은 '840번 반복하라'는 지시가 붙어 있다.
사티의 음악은 기존의 낭만주의 음악과는 확연히 다른 특징을 지닌다. 그는 복잡한 화성이나 극적인 표현을 지양하고, 단순하고 반복적인 선율, 절제된 화성을 통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대표작인 세 개의 '짐노페디'(Gymnopédies)는 이러한 특징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사티는 연극, 발레 등 다양한 예술 분야와의 협업을 통해 실험적인 작품들을 선보였다. 특히 장 콕토와의 협업은 그의 예술적 지평을 넓히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그는 '가구 음악'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며, 음악이 단순히 감상을 위한 예술이 아닌 일상생활의 배경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생전에는 주류 음악계에서 큰 인정을 받지 못했지만, 에릭 사티의 독창성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재평가받기 시작했다. 그의 음악은 클로드 드뷔시와 같은 인상주의 작곡가들에게 영향을 줬으며, 그의 음악적 어법은 존 케이지, 필립 글래스, 에릭 몽골피에 등 현대 미니멀리즘 음악의 선구자들에게 중요한 영감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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