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하고 융합하는 세계"…'와엘 샤키: 텔레마치와 다른 이야기들'
바라캇 컨템포러리 28일 ~ 4월 27일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와엘 샤키의 개인전 '와엘 샤키: 텔레마치와 다른 이야기들'이 갤러리 바라캇 컨템포러리에서 28일부터 4월 27일까지 열린다. 샤키는 영상 작업을 통해 실재와 허구가 혼재하는 서사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 온 중동 지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가다.
갤러리에서 두 번째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샤키의 2000년대의 주요 초기 비디오 작업인 '텔레마치' 시리즈(2007-2009) 중 세 작품, '알 아크사 공원'(2006), '동굴(암스테르담)'(2005)을 재조명한다. '텔레마치'는 1970년대에 서독에서 방영된 버라이어티 쇼에서 따왔다.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나 충돌하고 교류하며 오락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의 구성을 차용했다.
샤키는 기존의 역사적 서술을 재해석해 미술, 종교, 국가 정체성 등의 개념을 복잡하게 얽어내는 작업을 지속해 왔다. 이번에 전시되는 영상 작업에서도 구조적, 사회적 양극을 유쾌하고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재구성해 탐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1층에선 컴퓨터 애니메이션 작품 '알 아크사 공원'(2006)을 만날 수 있다. 이 작품은 UFO처럼 보이는 건물이 회전목마처럼 빙글빙글 도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슬람교, 유대교, 기독교적 요소가 연상되는 건물의 끊임없는 회전은 '제자리걸음'이라는 역사의 답보 상태를 에둘러 비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텔레마치' 연작에 속한 세 작품 '텔레마치 사다트'(2007), '교외'(2008), '쉘터'(2008)는 전시 공간 1층, 지하층에 걸쳐 전시된다. 각각 사다트 대통령 암살, 나일강 삼각주 지역의 한 시골 마을에서 펼쳐진 헤비메틸 공연, 이집트 서부 사막 어딘가의 한 진흙 오두막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작가의 주관적인 견해를 덧붙이지 않고 새로운 관점에서 일정 거리를 둔 채 역사적 사건을 되돌아보게 한다.
'동굴(암스테르담)'은 샤키가 암스테르담의 한 슈퍼마켓에서 쿠란 중 카흐프의 장(동굴의 장)을 암송하며 걷는 모습을 보여준다. 자본주의의 한 전형인 슈퍼마켓 진열대를 배경으로 불안감과 이질감이 연출되는 장면은 세계화가 각 지역의 문화에 큰 영향을 미치며 때로는 부조화를 일으킬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전시는 샤키의 작업 세계에 있어서 중요한 키워드인 종교, 이민, 문화를 잘 드러낸다. 작품들은 유목과 도시,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 등이 서로 교차하고 융합되는 지점을 포착한다. 이를 통해 역사 서술과 사회 발전이 형성되는 메커니즘을 파헤친다.
샤키는 "1971년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태어난 후 70년대 가족이 사우디아라비아로 이주했다"며 "베두인을 비롯한 여러 토착 민족의 전통과 급속한 현대화 물결이 공존하던 메카에서 보낸 어린 시절이 나의 정체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그는 영상 작업을 중심으로 드로잉, 페인팅,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는 작품을 선보여 왔다. 특히 2024 베니스 비엔날레 이집트관에서 선보인 '드라마 1882'(2024) 등의 작업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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