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압박 복지기금 받아낸 혐의 부산 건설노조 간부 7명 무죄
재판부 "헌법상 보장하는 근로자의 적법한 쟁의 행위"
- 조아서 기자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레미콘 제조회사를 상대로 파업을 벌여 수억원의 복지기금을 편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레미콘 노조 간부들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단독(이창민 판사)은 15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공갈),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 소속 간부 7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이들은 2020년 5월부터 2022년 5월까지 레미콘 업체를 상대로 노조 복지기금 지급을 요구하고, 이를 거부하면 집단으로 레미콘 운송을 거부하고 집회를 벌여 레미콘업체 48곳을 상대로 4억7700만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는다. 복지기금 대부분은 간부들의 월급으로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복지기금이란 레미콘 회사에서 노조 분회에 규모에 따라 매달 20만~50만원의 정기급을 지급하는 기금이다.
노조 측은 임단협을 통해 얻어낸 '정당한 기금'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사측은 원래 복지기금 지급의 목적은 조합원들의 고충 처리 및 안전한 산업 활동인데, 레미콘기사가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이고 계약을 맺지 않은 노조 간부들의 월급으로 복지기금을 지급할 근거가 없다는 주장이다.
레미콘 업체들이 복지기금 지급을 거부하면 노조는 집단 운송거부, 회사 회사 주차장 점거, 확성기를 이용한 소음 유발 등을 일으키면서 사측의 매출에 손실이 생겼고 부도 위기를 면하려면 복지기금을 강제로 지급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레미콘 특성상 당일 생산, 납품이 이뤄져야 사업운영이 가능한데 노조가 이러한 사업 특성을 노리고 복지기금을 명목으로 부당하게 파업을 벌인 것으로 봤다.
하지만 재판부는 노조의 파업은 정당한 행위며, 복지기금 역시 근로자의 적법한 쟁의 행위에 따른 결과라고 판단했다. 이에 헌법상 보장하는 근로자의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 교섭권 및 단체 행동권을 형법으로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보고 간부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사는 "복지기금이 간부들의 월급에 주로 사용됐는데, 간부들은 조합원들의 고충을 처리하고 산업재해 예방 교육 등 산업 안전활동과 노사 교섭 및 쟁의 활동을 했기 때문에 복지기금을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노조의 활동 여건 형성에 필요한 범위 내 금전으로 볼 수 있다"며 "레미콘 차주들이 노조법 상 근로자로서 법적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했던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조 지부장이 교섭 요구를 계속하면서 교섭 결렬에 대한 책임을 통보하고, 파업 시점을 통보한 뒤 총파업에 돌입했다"며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집단적 노무 제공의 거부로 사업 운영에 막대한 손해를 초래했다고 보는 업무방해죄 역시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 판사는 레미콘기사가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여서 복지기금을 지급할 근거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 "피고인들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도 "근로자가 아니라고 볼 경우에도 도급 계약 일방 당사자의 민사상 채무 불이행에 불과하므로 이들의 노무 거부에 대래 업무방해 죄책을 묻는 것은 죄형 법정주의 관점에서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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