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항로 개척 vs 특별법·산은 이전…부산 현안 여야 주도권 싸움
러시아, 항로 개척 투자 확대…李 "서둘러 인프라 구축해야"
국민의힘·부산시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산은 이전 우선"
- 손연우 기자
(부산=뉴스1) 손연우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부산 지역 맞춤형 공약으로 꺼내든 '북극항로 개척' 카드에 대한 지역 각계의 반응이 엇갈리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세계적 해양수도로 성장하기 위한 핵심 전략이 정당간 싸움으로 퇴색하는 분위기다.
민주당과 지역 사회에선 부산 발전을 위한 새로운 돌파구라며 환영하는 반면 국민의힘에선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과 산업은행 부산 이전이 우선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14일 부산을 찾아 북극항로 시대 준비를 위해 해양수산부와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 이전, 해사법원 신설 등을 약속했다.
부산을 북극항로 개척에 따른 물류 항만 산업 기반의 최전선 기지이자 글로벌 항만도시로 육성해 부산을 중심으로 해양강국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 후보는 "북극 항로에 대한 지배권과 영향력이 엄청 중요하기 때문에 서둘러 인프라를 구축하고 연관 산업도 함께 발전시켜 놔야 한다"며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기회를 놓치게 된다"고 강조했다.
북극항로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가장 짧은 항로로, 활성화할 경우 부산항은 싱가포르 같은 국제 허브 무역항으로 자리 잡게 된다.
부산항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항까지의 거리는 기존 수에즈운하를 이용할 경우 약 2만~2만2000㎞이지만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약 1만4000㎞, 운항 기간도 25일 내외에서 15일 내외로 줄어든다.
전문가들은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서 선박 접근성이 좋아짐에 따라 2030년쯤이면 연중 운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속에서도 북극 항로 개발 계획을 수립해 2035년까지 재정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와 북극 항로 개발 협력에 공식 합의하고 관련 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3월 6일 부산을 찾아 박형준 부산시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북극 항로 개척의 시급성을 주장했다. 그는 "해운업계는 선점 효과가 큰 영역이기 때문에 나중에 참여하면 지분을 갖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북극 항로 개척보다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과 산업은행 이전 문제가 시급하다"며 "북극항로 개척은 시급하기보다 중요한 문제에 가깝다"는 생각을 밝혔다.
대선 후보와 지역 수장의 온도 차가 극명한 가운데 지역 사회에선 북극항로 시대 준비 과정에 주목한다.
심준오 부산노동포럼 운영위원은 "산업은행 부산 이전이 정치·행정적 난관과 제도적 한계로 추진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면 북극항로 개척을 위해 추진될 해수부 이전은 기반이 마련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높고 단기간 내 성과를 낼 수 있는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북극항로 개척을 비롯해 미래 해양 전략의 실행 주체가 부산에 자리 잡는다면 지역 경제 활성화는 물론 양질의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자영업자 지원, 해양산업의 고도화에 기여할 수 있다"며 "전문가들은 이러한 점을 근거로 산업은행 이전보다 실현 가능성이 높고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클 것으로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조양일 포트아카데미 원장은 "북극 항로가 2030년쯤 본격적으로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다양한 내외부 요인에 따른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 가시적 성과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수에즈운하 해운 경로 대안으로써의 이점과 항로 선점 효과 등 새로운 장기적 국가 성장 동력 확보와 해양산업 육성을 위해 본격적으로 추진해야할 정책"이라고 봤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소관 상임위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성권(부산 사하갑) 의원을 비롯해 국민의힘 다수 의원은 중요한 지역 현안을 외면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이 의원은 최근 '부산 글로벌허브시대! 부산특별법이 답이다' 토론회에서 "민주당이 부산특별법 제정 필요성을 줄기차게 요구해 온 시민의 목소리는 무시하고 뜬금없이 북극항로를 꺼내들었다"며 "민주당이 부산의 민심을 제대로 읽을 줄 안다면 부산특별법 제정으로 증명할 때"라고 지적했다.
부산지역 발전을 위한 정책이 여야 주도권 싸움의 중심에 서면서 시민의 피로감은 커지고 있다. 이에 시민 단체들은 북극항로 구축 특별법안 동시 처리를 촉구하고 나섰다.
박재율 지방분권균형발전 부산시민연대상임대표는 "북극항로 특별법과 글로벌허브특별법, 산은 개정안 등 내용이 서로 연계돼 있는 만큼 부산 정치권이 똘똘 뭉쳐 중앙 정치권을 설득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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