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많이 올 때 밀어라" 내연녀에 남편 살인 교사한 부부 실형
관계 탄로 나자 1억 빼앗기도…법원, 징역 7년·5년 선고
- 이시우 기자
(천안=뉴스1) 이시우 기자 = 내연녀에게 남편을 살해하라고 부추긴 40대 남성과 그의 사실혼 아내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대전지법 천안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전경호)는 지난 6일 살인미수교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A 씨(47)와 B 씨(50·여)에게 각각 징역 7년, 징역 5년을 선고했다.
A 씨 부부는 이혼을 고민하는 C 씨(44·여)에게 '주말에 비 많이 올 때 밀어라'는 등 살해 방법을 알려주고 범행을 부추긴 혐의를 받았다.
이들의 제안을 듣고 범행을 결심한 C 씨는 2021년 8월 새벽 자신의 주거지인 아파트 12층에서 베란다 밖으로 남편을 밀어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A 씨는 범행이 미수에 그친 뒤에도 이혼 소송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며 C 씨에게 남편을 상해죄로 고소할 것을 권유하기도 했다.
C 씨 부부는 2023년 이혼했지만 C 씨 남편은 가정 및 사업 문제로 인한 민·형사상 소송이 잇따르자 이듬해 1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앞서 C 씨는 남편의 소개로 B 씨를 알게 돼 친분을 쌓았다가 B 씨와 사실혼 관계인 A 씨와 내연 관계에 빠졌다. C 씨는 A 씨와 이혼 문제를 상담하다 점차 A 씨에게 의존하게 됐고, 비합리적으로 순종하는 관계가 됐다. 내연 관계가 탄로 나자 A 씨 부부에게 1억 원을 건네기도 했다.
이들의 범행은 C 씨를 상대로 돈을 요구하면서 드러났다.
A 씨는 C 씨가 남편 사망 뒤 자신과 거리를 두려 하자 지난해 4월 C 씨를 감금 폭행하며 15억 원을 요구했다. 또 C 씨 자녀가 거주하는 집에 찾아가고 연락하는 등 스토킹했다.
C 씨는 결국 A 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압수수색에 나선 경찰은 A 씨 자택에서 이들 부부가 C 씨를 상대로 살인미수를 교사하고 C 씨를 협박하기 위해 모은 자료들을 발견했다. 경찰은 추가 압수수색 등을 통해 범행 일체를 밝혀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A 씨 부부가 돈을 뜯어내기 위해 C 씨를 조종한 것으로 봤다. A 씨에게는 살인미수교사, 중감금치상, 무고, 촬영물 등을 이용한 강요와 협박 등 7가지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했다.
또 이들과 함께 남편을 살해하려 하고 거짓 고소한 C 씨도 살인미수와 무고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겼다.
A 씨 부부는 재판에서 살인을 부추기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피고인들이 C 씨 남편 사망에 원인을 제공했음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라면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C 씨와 내밀한 부분까지 모두 공유하는 깊은 관계를 맺었던 것은 이들 부부로부터 금전적 이득을 얻어내기 위함이었다고 강하게 추단된다"며 "C 씨 남편이 사망하면 상속재산을 취득하게 되는 C 씨에게 더 많은 이득을 얻어낼 수 있다는 계산 아래 살인을 교사할 동기가 충분히 있었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들에 대한 혐의를 모두 유죄 판단하면서 "피고인들은 C 씨 남편의 사망에 원인을 제공하고서도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며 "숨진 피해자의 유족들은 엄벌을 강하게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C 씨에 대해서는 "배우자를 살해하려 하고 범행에 실패하자 남편을 무고해 형사처벌을 받게 했다. 심적 고통을 받던 남편은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도 해 엄벌할 필요성이 인정되기는 한다"면서도 "엄벌을 탄원하던 피해자 유족도 피고인의 사죄를 받아들여 선처를 바라고 있는 점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형 집행을 유예받은 C 씨는 6개월여의 구금 생활을 마치고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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