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 어른들이 미안” 하늘 양 합동분향소 나흘째 눈물의 추모
- 허진실 기자, 최형욱 기자

(대전ㆍ충남=뉴스1) 허진실 최형욱 기자 =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하늘에서 맘껏 꿈을 이루길…못난 어른이”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휘두른 흉기에 8살 김하늘 양이 숨진 지 나흘째인 13일.
이날 오후 2시께 대전교육청에 마련된 하늘 양의 합동분향소에는 아이의 마지막가는 길을 배웅하러 온 교직원과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검은 옷을 입고 온 사람들은 조용히 헌화한 후 숨진 아이의 명복을 빌었다. 참담한 마음을 대변하듯 분향소 앞에서 오랫동안 고개를 들지 못하는 추모객도 보였다.
방명록에는 “학교가, 선생님이 너를 지켜주지 못해 정말 미안해”라며 “우리 하늘이 친구들은 선생님이 꼭 사랑으로 가르치고 안전하게 지켜줄게”라고 다짐하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분향소에서 만난 초등학교 교사 송모씨(44)는 “교사들도 충격이 크지만, 무엇보다 유족의 슬픔이 가장 우선”이라며 “지금은 모두 침묵하고 애도할 때”라며 말을 아꼈다.
이외에도 정용래 유성구청장, 전석광 대덕구의회 의장 등 지역 인사들도 분향소를 찾아 하늘 양을 추모했다.
추모 행렬은 하늘이가 다녔던 대전 서구의 초등학교에서도 이어졌다.
학교 초입부터 색색의 캐릭터 인형이며 과자, 꽃들이 쌓여 있었고, 벽에는 친구들이 삐뚤빼뚤한 글씨로 쓴 작별 인사 메모들이 빼곡했다.
학부모들이 혼자 혹은 아이의 손을 잡고 분향소를 찾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학부모 정모씨(43)는 “아이가 이 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라 남 일 같지 않다”며 “부모 된 마음으로 차마 집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면서 씁쓸해했다.
아빠와 함께 온 2학년 박모양(8)은 “하늘이와 방과후수업을 함께 들었다”며 “하늘이가 꼭 천국에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교육청은 하늘이의 발인 날인 오는 14일까지를 학교애도기간을 정하고, 합동분향소를 운영하기로 했다.
분향소 설치 장소는 대전교육청, 대전서부교육지원청, 하늘이가 다닌 초등학교 등 3곳이다. 해당 초등학교는 범행 다음 날인 지난 12일 임시 휴업했고 오는 14일까지 휴교한다.
교육청은 본청과 교육지원청 위(Wee) 센터를 통해 해당 학교 재학생들에 대한 응급심리상담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지난 10일 오후 5시 50분께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 시청각실에서 흉기에 찔린 김 양과 40대 교사가 함께 발견됐다.
손과 발 등에 자상을 입은 김 양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결국 숨졌다.
교사는 목 부위 정맥 등이 절단돼 인근 병원에서 수술받고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다.
경찰은 전날부터 교사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고 학교로부터 PC를 제출받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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