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농업 대명사 '왕우렁이'가 어쩌다…이상기온에 '골칫거리'
전남서 지난해 축구장 2231개 규모 피해 발생
논 깊이갈이 등 개체수 줄이기 예방대책 추진
- 전원 기자
(무안=뉴스1) 전원 기자 = 친환경농업의 대명사로 불린 왕우렁이. 따뜻한 겨울철 날씨 등 이상기온으로 어린 모를 갉아먹는 피해를 주면서 농가의 '앳가심'로 전락하고 있다.
규모가 큰 논에서 친환경농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아직 왕우렁이 농법을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이 없는 만큼 개체수 조정을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우렁이농법은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왕우렁이를 논에 방사해 잡초와 풀을 제거하는 농법이다.
왕우렁이는 1983년 정부가 공식 승인해 일본에서 식용으로 들여왔으며, 1995년부터 친환경농업에 많이 사용됐다. 수면과 수면 아래 있는 수초, 연한 풀을 섭취하는 먹이 습성으로 제초제를 대신하고 있다.
제초작업에 드는 노동력을 줄이고 제초제 사용을 줄여 친환경농업의 대명사로 불렸다.
논에 모를 심은 후 10a당 우렁이를 1.2㎏ 정도 투입하면 잡초를 98%까지 제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력 감소와 재료비 감소로 경영비가 일반농가의 10.6% 수준으로 줄어든다.
전남에서 왕우렁이를 사용하는 논의 규모는 3만 4000여㏊에 달한다.
친환경 제초제, 미생물 사용 등 다양한 친환경농법이 있지만 대규모 농경지에서 왕우렁이를 대체할 수 있는 정도로 효과가 있는 농법은 아직까지 없다는 것이 전남도의 설명이다.
전남도와 21개 시군은 지난해 40억 원, 올해 40억 원을 투입해 왕우렁이를 공급할 방침이다.
지난해 전남에서는 왕우렁이가 어린 모를 갉아먹는 피해가 발생하면서 농가들이 한숨을 내쉬었다.
전남도 집계 결과 해남 591㏊, 진도 253㏊, 고흥 170㏊ 등 10개 시군서 1593㏊가 피해를 입었다. 이는 축구장 면적(0.714㏊)의 2231개 규모로 2023년 3.1㏊에 비해 500배가 넘는다. 전남에서는 2020년 660㏊, 2021년 33㏊ 2022년 3.1㏊의 왕우렁이 피해가 발생했다.
왕우렁이 피해는 따뜻한 겨울 날씨와 잦은 비로 인해 왕우렁이가 죽지 않고 생존하면서 발생하고 있다.
왕우렁이는 논에 물이 없거나 영하 이하의 낮은 기온에 외부로 노출되면 죽는다. 하지만 지난해 평균 기온이 2023년보다 2도가 높은 4.6도를 기록했고, 강수량도 78㎜로 더 많이 내리면서 개체 수가 오히려 증가했다.
생존한 왕우렁이가 40㎜ 이상까지 성장, 왕성한 식욕을 드러내면서 어린 모를 파 먹으면서 피해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수억 원을 투입해 예방자재를 구입했고, 지난해 7월에는 집중 수거 기간을 정해 왕우렁이를 제거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 16일까지 겨울철 기온은 평년 수준인 3.9도를 유지하고 있다. 왕우렁이가 생존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다만 설을 전후로 한파와 함께 많은 눈이 내리면서 왕우렁이의 생존 가능성을 낮게 보는 전망도 있다.
전남도는 지난해 피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월동작물 재배, 깊이갈이를 통한 논 말리기, 모니터링 등 예방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대상은 해남 등 전남 서남부 10개 시군의 친환경 벼 재배단지 전체와 일반 벼 재배지역 중 피해가 우려되는 간척지 등 1만 5943㏊다. 단지·지구별로 담당자 지정과 단지별 공동 작업단도 운영하고, 통상 3~4월에 하는 논갈이를, 농한기에 할 수 있도록 앞당겨 실시하기 캠페인도 벌인다.
왕우렁이 월동과 피해 모니터링도 강화한다. 전남도농업기술원은 조사 지침을 만들고, 지역별 모니터링반을 구성해, 3월부터 월동 실태와 피해 발생 시 유입경로 등에 대한 체계적 조사와 퇴치 기술도 연구한다.
왕우렁이 사용·관리 영농 교육, 단지·지구 인근 마을별 순회교육, 논 깊이갈이 앞당겨 실시하기 마을방송 등 홍보도 강화한다.
전남도 관계자는 "명절 전후로 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왕우렁이가 죽었을 수도 있지만 생존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논 말리기 등 대책을 추진하면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매뉴얼화해서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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