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 '지정기부'의 기적…어린이들 성장과 꿈을 키운다
곡성·영암 '소아청소년과 개설'…시즌2 모금 성공해야 유지
자립준비청년·이주배경청소년·야구단 지정기부도 눈길
- 최성국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어린이 관련 사업은 예산이 항상 부족합니다. 어린이날 선물로 함께하는 기부 어떠세요?"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된 지 3년째를 맞으며 광주·전남 지자체들이 '어린이 지정 기부'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기부자 관심이 높을수록 해법 마련이 빨라지는 지정기부를 적극 활용해 '소아청소년과 개소' 등 시급한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는 것.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고향에 기부하고 지자체는 이를 모아서 주민 복리에 사용하는 제도다. 기부자는 고향을 돕는 자부심과 세액공제, 지역특산품 등 답례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65년 넘게 소아과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도 없던 전남 곡성은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상주 전문의'를 모셨다.
곡성에 사는 2400여 명의 아이들은 그동안 58㎞ 떨어진 다른 지역으로 원정 진료를 다녔다. 다행히 고향사랑모금을 통해 '곡성 보건의료원'이 지난 2일 문을 열면서 아이들과 학부모는 한시름 놓게 됐다.
곡성은 이제 '소아과를 선물해주세요' 시즌2 모금에 한창이다.
지난달 9일 시작된 해당 특정사업 기부는 2027년 말까지 3억 원 모금을 목표로 한다. 4월 기준 82명이 특정기부에 참여해 1870만 원(6.2%)가 모인 상태다. 지역 최초의 소아청소년과가 앞으로도 유지되려면 이 금액이 다 모여야 한다.
진도군도 새해 첫날부터 '진도의 아이들을 지켜주세요'라는 지정 기부를 시작했다. 2027년 말까지 목표액은 5억 원. 현재 117명이 3100만 원을 후원해 목표액의 6.2%가 모였다.
모금액은 진도군이 지정한 소아청소년과 의료진 인건비로 사용된다. 진도군 지정 소아청소년과는 창군 이래 2023년 6월 첫 개원, 현재까지 소아·청소년을 1만1033회 진료했다.
영암군도 지정기부제를 통해 24년 만에 '소아청소년과 제로' 도시에서 벗어났다.
공무원들은 전문의를 모시기 위해 전국을 찾아 헤매다녔고, 지난해 12억 3000만 원 상당의 고향사랑기부금이 모아지면서 소아청소년과를 신설했다.
군은 이 소아청소년과 유지를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4억 7920만 원을 기부받는 대장정에 들어갔다. 현재 1779명이 지정기부에 참여해 2억 300만 원 상당이 모였다. 전체 액수 대비 42.3%로 아직 많은 성원이 필요하다.
자립준비청년을 위해 지정기부를 시작한 곳도 있다.
목포시는 시설에서 보호를 받다가 18세 이후 홀로서기에 나서는 아동들의 자립을 위해 오는 9월말까지 '자립준비청년 교육비 지원사업'을 모금한다. 필요 예산은 2000만 원으로 현재 37%가 모였다.
기부금은 복지시설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이 보호 종료 전 운전면허, 바리스타 등 다양한 자격증 취득 등 교육비에 사용된다.
광주 광산구는 의사소통과 문화 차이로 힘들어하는 4000여 명의 이주배경청소년들을 위한 '문화적응 프로젝트'에 나섰다. 올해 말 6000만 원 목표 모금액 중 현재 22%(기부자 144명)가 마련됐다. 기부금은 청소년들의 언어 교육, 심리 지원, 문화적응 지원에 활용된다.
전남 완도군은 지난해 3월 창단된 유소년야구단을 위한 '육성 지원 지정기부'를 벌이고 있다. 6월 말까지 4000만 원 모금이 목표인 데 현재 102명이 참여해 998만 원이 모였다.
창단 직후 전국대회 3위의 쾌거를 거둔 이 소년야규단은 훈련 장비나 대회 참가 비용이 부족해 고향사랑기부제에 등록하게 됐다.
광주 동구 발달장애 청소년 E·T 야구단은 고향사랑기부제 성과에 따라 존폐기로에 섰다.
E·T 야구단은 동구장애인복지관 소속 10~24세 발달 장애인 29명으로 구성된 청소년 야구 동아리다.
창단 8년째를 맞았지만 기존 후원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이 종료돼 운영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지난해 6월 시작된 해당 지정기부 사업은 2026년 말까지 11억5000만 원 모금을 목표로 뒀다. 이날 기준 740명의 기부자가 7756만 원을 후원했다.
동구는 이 지정기부금을 선수단의 훈련과 교류전, 야구연습장 건립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광주 북구는 '모든 아이들에게 놀이터를'이라는 기치로 '무장애통합놀이터 지원사업'을 특정기부 받고 있다. 2027년 말까지 목표액은 5억 원으로 현재는 모금액이 미미하다.
장애가 있는 아이들에게 놀이터는 놀이의 공간이 아닌 넘을 수 없는 벽과 같다. 무장애통합놀이터는 전국에 23곳이 위치해 있다. 전국에 등록된 약 7만9000곳의 놀이터 중 0.03%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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