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서 모인 2만명…한바탕 축제로 치러진 5·18 전야제(종합)
이재명 대통령 후보 등 정치권 인사 대거 참석
- 김태성 기자, 최성국 기자, 이수민 기자, 박지현 기자
(광주=뉴스1) 김태성 최성국 이수민 박지현 기자 = "도시를 통제하고 국회를 해산하고 수많은 사람을 가두겠다고? 안돼, 안돼. 우리가 만든 나라야, 국회로 가자."
"계엄군의 탱크가 몰려온다. 시민들을 죽여서 저들만의 나라를 만들겠다고? 안돼, 안돼. 우리가 만든 나라야 도청으로 가자."
17일 제45주년 5·18민주화운동 전야제가 진행된 광주 금남로는 '민주주의 고향' 광주에 몰린 시민들의 환호로 가득 찼다.
올해 전야제는 '아! 오월, 다시 만난 오월'을 주제로 한바탕 축제로 진행됐다. 금남로 일대에는 경찰 추산 2만 명의 시민이 몰렸는데 최근 몇 년 중 가장 많은 인원이다.
올해 전야제는 △1부 오월광주 환영대회 △2부 민주주의 축제 △3부 빛의 콘서트 순으로 구성됐다. 행사 진행은 시사풍자 연극인 지정남 배우가 맡았다.
오후 5시 금남로와 민주광장 일대에는 오월시민난장 부스와 풍물패 공연 등 전야제 사전행사가 축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거리 곳곳에 설치된 난장부스에서는 체험과 공연·전시·주먹밥 나눔 등의 다양한 콘텐츠가 펼쳐졌다.
12·29 제주항공 참사 유족과 이태원·세월호 참사 유족회도 부스를 열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시민사회와 장애인, 환경단체도 저마다의 슬로건을 내세우며 민주주의와 대동세상, 새로운 미래를 꿈꿨다.
5·18 유족들로 모인 사단법인 오월어머니집이 금남로 거리 한복판에서 주먹밥을 나누며 전야제를 찾은 시민들을 반겼다.
김형미 오월어머니집 관장은 "주먹밥 나눔을 통해 오월 대동정신과 나눔과 연대의 정신을 실천했다. 오늘 5000인분을 나눴는데 금방 동났다"며 "여느 해보다 더 많은 분이 금남로를 찾아주셨다. 12·3 계엄을 겪은 시민들이 민주주의 고향에 오셨으니 어미 된 마음으로 그들을 반겨주겠다"고 했다.
선두에 풍물패를 세운 시민들은 행사장까지 민주대행진 퍼레이드를 열었다. 오후 5시 18분에는 종소리와 함께 모든 사람이 모든 행위를 멈추고 오월영령 앞에 침묵했다.
오월어머니들과 광주의 예술인들, 청년들이 무대에 올라 광주를 찾은 시민들을 위해 노래를 부르며 환영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오후 6시 본공연인 제2부 민주주의 대축제가 열렸다. 뮤지컬 '봄의 겨울, 겨울의 봄' 팀은 지난해 12·3 계엄과 80년 5·18을 중첩적으로 보여줬다.
무대 속 국회로 가는 지하철이 80년 5월의 광주로 변하면서 도청을 지키려는 사람들과 국회를 지키려는 사람들이 겹쳤다. 이를 본 객석에는 한순간 환호성이 퍼졌다.
경기 부천에서 온 시민 김영태 씨(29)는 80년 5월로 돌아가 교련복을 입고 전야제 공연을 관람했다.
그는 "시민군 역할을 재현하면서 유공자분들에게 감사 의미를 전하고자 한다"며 "이 옷을 입고 금남로 거리를 걸으니 그때를 피부로 느끼며 역사를 계승할 수 있다. 앉아서 공부로도 5·18을 배울 수 있지만 그걸 넘어서 직접 현장에 오고 싶어 민주주의 고향 광주에 왔다"고 말했다.
얼마 남지 않은 6·3 대통령 선거에 대한 의미를 새기며 '민주주의'의 뜻을 공고히 한 이들도 있었다.
광주를 대표하는 빵집으로 사랑받고 있는 궁전제과는 참여 부스를 마련해 '선거빵'을 판매했다. 표면에는 선거에 사용되는 기표 모양이 짙게 찍혀 있고 내용물은 단팥과 크림으로 채워졌다.
궁전제과 측은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켜낸 오월을 기념하고 '민주주의 꽃'인 주권자 선거를 독려하기 위해 선거빵을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 인사들도 대거 참석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비롯해 우원식 국회의장, 국민의힘을 탈당한 무소속 김상욱 의원과 김경수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 박주민 민주당 의원 등도 시민들과 함께했다.
70대인 조벽호 씨는 "아직도 그날이 생생하다. 45년 전 오월 광주는 수없이 죽었다. 그런데 이번 윤석열 계엄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며 "날씨도 어제까지 비 오다가 오늘 개는 게 기분이 좋지 않으냐. 시원한 5월이다. 시민들이 마음껏 즐겼으면 한다"고 흥겨워했다.
40대 아버지의 손을 잡고 처음으로 5·18 전야제를 찾은 임진 양(16)에게 오월은 살아 있는 교과서다. 임 양은 "학교에서 수업받은 희생자분들의 헌신을 배워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분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이번에 국회가 점령되지 않은 것 같다. 살아 있는 역사를 잘 배우고 느껴서 그 정신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함께 전야제를 찾은 대학생 이지우 씨(23)는 "오월은 민주주의의 이정표가 아닐까 싶다"고 했다. 그는 "올해 오월이 끝나면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국민들이 소중한 한표를 제대로 된 후보자에게 행사해 다시는 계엄과 오월의 아픔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고 염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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