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모은 일회용컵으로 만든 화장지 '지구 한바퀴'
보증금제 참여 제주 카페들 "환경 훼손, 커피업계도 타격"
"친환경적 비즈니스 모델로 사회적 가치 높여"
- 고동명 기자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제주도와 세종시가 일회용컵 보증금제에 참여한 지 올해로 3년째를 맞았다. 두 지역에서 2022년 12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2년간 반환된 일회용컵이 1178만6000개로 1000만개(종이컵 3만3670개, PET컵 8만4190개)를 돌파하는 등 정책의 뿌리가 점점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이 가운데 제주에서만 회수된 컵이 1011만개다.
보증금제를 통해 회수된 컵들은 폐기되지 않고 재생 화장지, 인형, 의류, 포장재 등 다양한 제품으로 새 생명을 얻는다.
도내에서 수거된 일회용컵은 제주에서 압축해 도외에 있는 재활용 공장으로 보낸다. 수작업으로 한 번 더 선별한 플라스틱컵은 파쇄, 세척, 탈수, 건조 등의 과정을 거쳐 재생원사의 원료인 플라스틱 플레이크로 재탄생한다.
2년간 수거한 PET컵으로 생산한 플레이크는 69톤, 단섬유는 300톤이며 1000개의 인형을 제작했다.
종이컵은 재생화장지로 만들어지는데 보증금 제도 이후 만들어진 재생 화장지 30롤(1롤 평균 30m) 세트 4만 2000개는 총 126만롤에 달하는데 그 길이는 무려 3만7800㎞에 이른다. 지구 한 바퀴에 육박하는 거리이자 서울과 부산을 47회 왕복할 수 있는 거리다.
여러 힘든 상황 속에서도 제도가 지금까지 이어져 올 수 있었던 것은 자발적으로 참여한 개인카페들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제주시 원도심인 제주소통센터 1층에서 카페 '코스모스커피컴퍼니'를 운영하는 이태영 대표는 지난해 말부터 일회용컵 보증금제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이 대표는 "현재 커피업계에서 지속가능성은 당면한 문제다. 환경이 훼손되면 재료값 상승 등 커피업계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그런면에서 환경 문제는 커피업계와는 땔래야 땔수 없는 관계"라며 보증금제에 참여한 동기를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일회용컵을 반환하고 보증금을 회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수십초에 불과하지만 해보지 않는 고객들은 다소 귀찮고 불편하게 여길 수 있다"며 "그런 고객들에게는 먼저 다가가서 적극적으로 회수를 유도하려 한다. 특히 단골과는 환경을 생각한다는 일종의 연대 같은 게 생기더라"고 했다.
이 카페는 여기서 마시지 않더라도 다른 업체나 브랜드의 일회용컵을 가져와서 교차반환하는 고객들이 많은 편이다. 이 대표는 자신의 카페가 일회용컵을 회수하는 원도심의 거점이 되는 자부심도 느낀다고 한다.
그는 또 "사업자들도 친환경 운영을 하려는 욕구가 많다. 지속 가능은 혼자서는 힘들지만 함께 한다면 외롭지 않고 성공 가능성도 커진다"며 "초기에는 왜 남들은 하지 않는데 우리만 해야 하냐고는 생각이 들 수는 있지만 정말 멋진 일이라고 업주들에게 권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전국으로 제도 확산이 중단되면서 실망감이 큰 것도 사실"이라며 "더 많은 업주가 제도에 참여하게 하려면 현실에 맞는 보상과 행정에 소모되고 동원되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일회용컵 보증금제 참여 카페 '스물다섯'의 최지현 대표는 "재활용이 잘 될 수 있도록 분리배출하는 것이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노력"이라며 "카페에서 나오는 일회용컵이 좋은 자원으로 재탄생될 수 있길 바라며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최 대표의 카페는 단순히 일회용컵뿐만 아니라 다회용 빨대와 냅킨 대신 손수건을 쓰는 등 환경보호를 실천한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환경부 장관상을 받았다.
최 대표는 "일회용컵에 비용을 부과하니 확실히 제도 참여 전보다 텀블러를 들고 오는 고객들이 많아졌다"며 "제도 초반에는 모르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다들 익숙해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거창한 일을 해낼 수는 없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는 개인이 모인다면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보증금에만 초점을 맞춰 생각하지 말고 제도가 만들어진 이유를 잘 이해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이라고 생각해 주길 바란다"고 다른 매장에 보증금 참여를 독려했다.
이태희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 제주사무소 소장은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자영업자들에게 단기적인 부담을 주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를 제대로 이행한 매장들은 환경적 편익은 물론 장기적으로 소비자 의식 향상에 따라 경제적 이익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들에게는 환경 보호에 대한 책임감을 심어주고, 친환경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사회적 가치도 높이고 있다"고 했다.
#이 기사는 제주도와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의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kdm@dqdt.shop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