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원짜리 아침밥·3천원 김치찌개…청년들 마음까지 데운다
[지방지킴] '전주청년식탁 사잇길' 김회인 신부 "팔수록 적자지만 뿌듯"
- 임충식 기자, 신준수 기자
(전주=뉴스1) 임충식 신준수 기자 =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식사를 매개로 청년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었죠."
단돈 2000원이면 아침 식사가 가능한 곳이 있다. 김치찌개 가격도 3000원에 불과하다. 테이블이 10개 정도에 불과한 넓지 않은 식당이다. 하지만 식사 시간만 되면 이곳은 금세 청년들로 가득 찬다. 모락모락 나는 김과 맛있는 냄새, 그리고 청년들의 웃음까지 더해지면 사랑방 같은 정겨움마저 준다.
'전주 청년식탁 사잇길' 이야기다. 전북 전주시 덕진구에 위치한 이 식당의 대표는 김회인 신부(50)다.
지치고 배고픈 청년들을 위해 시작된 식당은 어느덧 3년 차에 접어들었다.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지만, 청년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부담 없이 먹는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지난 8일 오후 7시께 청년식탁사잇길을 찾았다. 식당 문을 열자 앞치마를 두른 김회인 신부가 환한 웃음으로 반겨줬다.
김 신부는 지난 2023년 3월, 천주교 전주교구와 함께 지역사회를 위한 활동이 뭐가 있을까를 고민했다. 처음에는 무료급식소 형태의 식당을 운영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하지만 좀 더 특별한 형태의 활동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바로 3000원짜리 김치찌개였다. 그렇게 '전주 청년식탁 사잇길'이 탄생했다.
'청년식탁사잇길'은 청년들이 식탁을 중심으로 어우러질 수 있는 골목이라는 의미다. 청년들이 많을 수밖에 없는 전북대학교 앞에 식당을 오픈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 신부는 "요즘 시대 청년들은 '청년다움'을 많이 잃어가는 것 같다. 그 나이 때는 정말 많은 것들을 도전하는 시기지만, 그만큼 어깨에 짊어지는 것들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청년들이 든든하게 배를 채움과 동시에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유 공간을 마련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양과 질을 포기한 것도 아니다. 직접 주문해서 나온 김치찌개는 혼자 먹기에 넉넉했다. 김치는 물론이고 콩나물과 돼지고기, 두부까지, 푸짐했다. 맛 또한 호평일색이었다. 셀프코너에 있는 쌀밥과 반찬도 원하는 만큼 담아갈 수 있었다.
오전 8시부터 9시 50분까지 먹을 수 있는 아침 식사는 따뜻한 국과 쌀밥, 계란 프라이, 5가지 이상 반찬에 토스트까지 제공된다. 가격은 단돈 2000원이다.
김 신부는 "싸다고 해서 절대 대충 만들지 않는다"며 "맛의 원천이 되는 육수에만 버섯, 멸치, 다시마 등 10가지가 넘는 재료가 들어간다"고 환하게 웃었다.
'청년식탁사잇길'의 이윤은 '0원'이다. 오히려 김치찌개 한 그릇을 팔수록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찌개에 들어가는 재룟값만 계산해도 3000원을 훌쩍 넘는다. 임대료 등 부수적인 비용을 포함하면 적자는 더 늘어난다.
부족한 금액은 전부 후원금으로 충당된다. 개인부터 단체까지 다양한 곳에서 후원이 들어오긴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기만 하다. 후원금이 부족할 때는 김 신부가 직접 사재를 털어서 운영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자본의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 비영리단체다. 금전적인 가치보다는 지쳐 있는 청년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저렴한 한 끼를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청년들과 지역사회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및 사업도 시행·추진 중이다. 실제 지난해 8월부터는 청년들을 위한 무료심리상담 '사잇길 옆 마음길 상담소'를 진행하고 있다. '사잇길 옆 마음길 상담소'는 전북대학교 심리학과 심리상담전공 강사진들이 매주 월요일 20~45세 청년들을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
지난 5일부터 '전주함께라면' 카페도 설치됐다. '전주함께라면'은 1인 가구 등 사회적 고립예방을 위해 전주시가 고안한 복지정책이다. 누구나 먹고 가고, 누구나 놓고 가는 주민공유 공간인 라면카페 운영을 통해 외부와 단절돼 어렵게 지내고 있는 이웃에게 도움을 주자는 게 핵심이다.
김회인 신부는 "함께라면이나 상담소 외에도 3000원 아카데미, 사잇길 영화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며 "든든하게 배를 채우는 것 외에도 청년식탁사잇길이라는 플랫폼에 청년들이 모여 다양한 활동을 자유롭게 즐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지금도 후원하시는 분들이 금전적인 지원부터 김치나, 쌀 등 많이 도와주고 계시지만, 장기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후원이 절실한 상태"라며 "우리 지역사회의 원동력이 되는 청년들, 혹은 어려우신 이웃들을 위해서라도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sonmyj0303@dqdt.shop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편집자주 ...우리 옆의 이웃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가장 큰 숙제, 지방 소멸을 힘 모아 풀어나가야 할 때입니다. 대한민국을 지키는 든든한 이웃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