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내전 소식, 부모님 걱정에 늘 마음 졸여요" 미얀마 유학생의 어버이날
퍼얌생문자씨 "여름엔 꼭 만나고 싶어"
- 장수인 기자, 신준수 기자
(전주=뉴스1) 장수인 신준수 기자 = "지진 소식 들었을 땐 정말 무서웠어요. 다행히 어머니가 안전하다는 연락을 받고 나서야 마음이 놓였어요."
한국 생활 4년 차를 맞은 미얀마 국적 유학생 퍼얌 생문자씨(22·전주대 영어영문학과)에게 '어버이날'은 특별하다. 내전과 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국 미얀마에 홀로 살고 있는 어머니를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진다. 매일 전화를 통해 안부믈 묻기는 하지만, 어버이날이면 특히 그리움과 미안함 마음이 커진다.
8일 오전 전주대학교 국제교류관 앞에서 만난 생문자 씨는 "저에게 어버이날은 조금은 특별하다. 다른 한국인 친구들과 유학생들과는 다르다"면서 "어려운 환경에 홀로 계시는 어머니를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특히 어버이날이면 더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미얀마에서도 어버이날은 있다. 5월 둘째 주 일요일은 어머니의 날, 6월 셋째 주 일요일은 아버지의 날로 지정됐다. 이날에는 어머니 아버지에게 축하메시지를 전하고 같이 식사를 하는 게 전통이다. 하지만 지금은 전화로만 축하를 할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생문자씨에게 어머니는 누구보다 소중한 존재다. 생문자씨가 유치원 시절에 남편을 잃은 어머니는 네 자매를 홀로 가족을 키우며 가족을 지켰다. 평생을 고생만 한 어머니는 건강도 나빠졌다. 고혈압과 당뇨로 인해 늘 병원신세를 져야만 하는 어머니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그는 "어머니의 건강이 항상 걱정된다. 전화할 때마다 '오늘 뭐 드셨는지, 혈압과 당뇨는 괜찮은지' 항상 신경 쓰게 된다"고 말했다.
게다가 지난 3월 28일 미얀마에서 발생한 7.7 규모의 강진으로 걱정거리가 더 생겼다.
지진이 발생한 날을 떠올리던 그는 "처음 지진 소식을 들었을 땐 정말 깜짝 놀랐다. 뉴스에선 그냥 '미얀마에서 지진이 났다'는 말만 있었고, 지역도 안 나오니까 너무 걱정됐다"며 "그때 인터넷도 안 돼서 어머니랑 연락도 한동안 안 됐다. 어떤 상황인지 전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더 무서웠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다행히 얼마 후 어머니에게서 연락이 왔다. 생문자 씨는 "어머니가 '안전한 곳에 있다'고 말해주셔서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고 말했다.
미얀마의 불안정한 상황도 생문자 씨에게는 큰 걱정거리다.
2021년부터 군부 쿠데타 이후 내전 상태에 접어든 미얀마는 여전히 많은 사회적 혼란을 겪고 있다. 어머니를 포함한 가족들이 남겨진 미얀마를 생각하면 애가 타는 이유다.
생문자 씨는 "내부적으로 혼란스러운 미얀마에 어머니가 계신 것만으로도 마음이 아프고 걱정되지만, 나뿐만 아니라 다른 유학생 친구들 대부분이 그런 마음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미얀마의 어려운 상황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어머니를 만난 건 2023년 8월. 불안정한 미얀마 상황 때문에 당분간 고국을 찾는 일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생문자 씨는 다가오는 여름방학에 미얀마보다 안전한 태국에서 어머니와의 만남을 가질 생각에 벌써부터 설렌다.
퍼얌생문자 씨는 "이번 방학에는 태국에서 어머니를 꼭 만나 뵙고 싶다. '그동안 혼자서 네 자매를 키우시느라 너무 고생하셨다'고 직접 말씀드리고, 꼭 안아주고 싶다"며 "전화로는 늘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얼굴을 보고 ‘사랑해요, 고맙습니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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