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 벽화마을 청주 수암골의 위기…②빛바랜 명성 되살리려면
벽화 사라지고 방문객 반토막…곳곳에 '상가 임대' 현수막
"디지털 마케팅, 체험형 프로그램 도입, 접근성 개선 등 필요"
- 이재규 기자
(청주=뉴스1) 이재규 기자 = 주말과 평일을 가리지 않고 북적이던 충북 청주의 '드라마 촬영 명소' 수암골은 언제부턴가 찾는 이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드라마 촬영지로서의 명성이 옅어진 데다 복합적인 요소로 방문객까지 급감하면서 쇠락을 거듭하고 있다. 상가 공실도 눈에 띄게 늘었다.
청주시는 2022년부터 124억 원을 들여 수암골 인근의 주거환경 개선과 안전한 마을 조성, 문화 마실 조성 등을 위한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암골의 상징이자 방문객 발길을 이끌었던 벽화마을의 40여 개 벽화 중 상당 부분이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청주시 관계자는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벽화가 어느 정도 훼손됐을 수 있다"며 "다만 민예총이나 학생 등 예술단체에서 주말에 다시 벽화를 그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은 드라마 거리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서 쇠퇴하고 벽화 훼손 등이 연쇄적이고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방문객이 줄었다고 얘기한다.
수암골 주민 A 씨(73·여)는 "도시재생사업으로 낡은 건물을 허는 과정에 벽화가 상당 부분 없어졌다"며 "티가 너무 나서 보기 싫다"고 전하기도 했다.
수암골 방문객은 관광안내소 방명록 기준으로 2014년 9만 9110명에서 2017년 13만 942명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코로나19 이후 개인정보 특정 등을 이유로 명부 작성 집계를 중단해 최근 수치는 알 수 없지만 주변 상인들은 "이미 반토막 난 지 오래"라고 입을 모은다.
한 커피숍 업주 B 씨는 "손님이 점점 줄더니 지금은 반토막"이라며 "주말은 그나마 조금이라도 있는데, 평일은 10명도 안 오는 날이 더 많다"고 푸념했다.
대형 카페 업주 C 씨는 "2015~2017년엔 사람이 몰려 매출이 잘 나왔다"며 "그런데 지금은 사람이 없어 매출이 3분의 1도 안 되고 임대료도 올라 영업을 그만해야 하나 생각할 정도"라고 말했다.
방문객 감소는 상가 공실로 이어졌다. 수암골 80여 개 업소 중 곳곳에 임대·매매 문의를 알리는 전단이 나붙었고, 그렇지 않더라도 영업을 멈춘 곳까지 따지면 공실이 상당했다.
수암골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매물로 올라온 것이 꽤 있고 해가 지날수록 공실이 늘어가는 추세"라며 "경기 상황과 맞물려 관광객이 점점 줄어 공실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수암골 활성화를 위해 체험형 프로그램 도입, 접근성 개선, 토지 확보, 디지털 마케팅 리뉴얼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충북연구원 고영모 연구위원은 "현재의 올드한 마케팅 방식을 벗어나 SNS와 유튜브를 활용한 디지털 홍보, 포토존 등 MZ세대가 자연스럽게 공유하고 싶은 요소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수암골의 콘텐츠가 사실 동상 위주 관람형밖에 없고 '김탁구' 같은 15년 전 작품만 반복 홍보하니 매력이 떨어진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전시 시설과 드라마 촬영 체험관 등 참여형 프로그램 도입을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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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충북 청주 수암골은 한때 드라마·영화 촬영지로 이름을 알리며 '청주의 핫플'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며 명성이 무색할 만큼 찾는 발길이 뚝 끊겼다. 촬영지 홍보 효과도 점점 희미해져 빈 점포만 넘쳐 난다. 뉴스1은 두 차례에 걸쳐 촬영지로서 수암골이 잃어버린 경쟁력과 관광객 급감·공실 확산의 원인을 짚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