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싫어서 윤석열 뽑았더니만"…보수세 울산 표심 이번엔 다를까
'반이재명' 강한 보수 지지층…1강 후보는 '글쎄'
정권 교체 목소리도 압도적…중도층은 정책 두고 판가름
- 김세은 기자
(울산=뉴스1) 김세은 기자 = “이재명이 싫어서 윤석열을 뽑았더니만 나라가 이 모양 아닙니까. 지금 국민의힘은 영 인물도 없고 단합도 안 되고. 뉴스 보고 있으면 답답합니다.”
지난 25일 울산 남구 신정시장의 한 칼국수 집에서 만난 송종철 씨(66·남)가 ‘차기 대통령에 누가 될 것 같냐’는 질문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송 씨는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보수진영에 힘을 실어줬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쉽게 마음 가는 후보가 없다고 전했다.
보수 텃밭이자 노동자의 도시인 울산은 지난 대선에서 영남권 최대 격전지였다. 그중에서도 현대자동차가 위치한 울산 북구는 영남에서 유일하게 민주당 깃발을 꽂은 곳이다. 당시 북구에서 이재명 후보는 윤석열 후보를 단 95표 차로 이겼다.
한 달여 앞둔 6·3 대선에서 승패를 가를 울산 표심의 향방이 주목되는 가운데 뉴스1은 지난 25일과 26일 울산 곳곳에서 다양한 의견을 가진 유권자들을 만나봤다.
보수 지지세가 강한 신정시장에서 만난 시민들의 속내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한 비토 정서가 엿보였다. 식육점을 찾은 손님 지명선 씨(58·여)는 “민주당은 국회를 장악해서 대통령 발목만 잡았는데, 이재명이 정권까지 잡으면 한쪽에만 너무 유리한 판이 되지 않겠나”라고 했다.
탄핵 찬반을 두고 이어진 국민의힘 내부 갈등에 대한 피로감도 느껴졌다. 나물을 다듬던 박 모 씨(78·여)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랑 다를 게 없다. 이럴 때 보수가 뭉쳐야 하는데 저들끼리 싸우기만 하고. 이재명한테만 좋은 일”이라며 자조했다.
국민의힘 후보 4명에 대해서는 유권자마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다. 아직 명확한 후보를 정하지 못했거나, 국민의힘 경선 자체에 대해 무관심한 반응도 많았다.
일각에서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까지 거론하며 ‘이재명 대항마’ 찾기에 신중한 분위기도 감지됐다. 국밥집에서 만난 황진석 씨(49·남)는 “총리가 출마한다는 얘기가 들리던데 계파색도 옅고 점잖게 국정 운영을 잘할 것 같다”고 했다.
반면 이번 대선이 윤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만큼 정권 교체를 원하는 목소리도 압도적이었다. 현대자동차 협력업체에 재직 중인 임재권 씨(51·남)는 “같은 당에서 탄핵당한 대통령이 두 명이나 나오면 그 당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며 “국민의힘 지지하던 지인들도 이번엔 이재명 뽑는다고 한다”고 했다.
울산지역 청년세대 표심은 유동적인 편이다. 울산 남구 삼산동 번화가에서 만난 대학생 정 모 씨(22·여)는 “사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싫은데 정책만 봤을 때는 이재명이 와닿는다”고 했다. 취준생 김정현 씨(27·남)는 “민주당은 다 퍼줄 것 같아서 싫다. 이공계 출신인 이준석이나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면 청년 일자리나 경제 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울산을 대하는 여야 대선 주자들의 태도가 미온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권리당원이라고 밝힌 이 모 씨(32·여)는 “부산은 해수부 이전으로 떠들썩한데, 울산은 아직 파격적인 공약이 없는 것 같아 아쉽다”며 “지역 유세도 TK나 호남에 비해 무관심한 것 같다”고 했다.
역대 선거에서 전국적인 흐름을 따랐던 울산 시민들이 다가오는 21대 대선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국가공업지구로 지정된 울산은 제14대 대선을 시작으로 15대, 16대, 17대, 18대까지 줄곧 보수 정당 후보를 선택했다.
그러다 민주당의 거센 돌풍이 불었던 14대 대선에서는 노무현 후보에게 처음으로 경선 1위를 안겨주며 이른바 ‘노풍(盧風)’의 진원지가 됐다.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촉발된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울산에서 처음으로 민주당 깃발을 꽂았다. 울산 시민들이 박 전 대통령과 자유한국당을 심판한 셈이다.
초박빙의 양강 구조로 치러진 20대 대선에서 울산 시민들은 윤석열 후보에게 과반의 득표율을 보냈다. 민주당은 대선 첫 40% 득표라는 성적표에 만족해야 했다.
syk000120@dqdt.shop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