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대중제일주의' 외치며 군인들 속여 돈 버는 北
북한, 지금까지 파병 사실 '함구'…관영 \매체선 '인민제일' 선전만
러시아의 경제·군사 지원 등 반대급부 노려 '총알받이'된 인민군
- 최소망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북한 당국이 북한군을 러시아에 파병하면서 군인들에게 '전쟁'이 아닌 '훈련'을 위한 것이라고 속였다는 정황이 나타났다. 당국이 겉으로는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외치면서도 사실상 인민들을 '총알받이'로 사용하며 러시아로부터 경제적 지원 등 반대급부만을 노렸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9일 러시아 쿠르스크 전장에서 북한군 2명을 생포했다.
이 중 1명은 작년 11월 러시아에 도착해 일주일간 러 측으로부터 군사훈련을 받은 후 전장으로 이동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다만 전투나 전쟁에 참여하는 것이 아닌 '훈련'을 받기 위해 이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으며, 러시아에 도착한 후에야 파병 온 것을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고 국정원은 전했다.
이는 파병 당사자가 영문도 모른 채 러시아로 이동했고 그곳에서 부상 또는 사망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북한 당국은 러시아 파병 초기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파병 사실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다. 실질적으로 많은 수의 주민들이 파병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북한이 군인들까지 속이며 대내외적으로 파병 사실을 알리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는 민심 이반 우려를 꼽을 수 있다. 국정원도 지난해 10월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한이 내부에서 '철저한 입단속'을 하고 있으며 파병군인 가족을 더욱 효과적으로 통제·관리하기 위해 이들을 집단 이주 및 격리하고 있는 정황도 포착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동향에 이어 파병된 군인들마저 '전후 사정'을 정확히 모른 채 전장에 투입된 정황이 나타난 것은, 북한이 파병이 내부적으로 받아들여지기 힘든 결정임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북한 사회에서는 민심 이반이 곧 체제의 위협요인이 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북한 당국은 앞으로도 파병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한글로 "김정은이 러시아에 억류된 우크라이나 전쟁 포로와 북한 군인의 교환을 추진할 수 있을 경우에만 북한 군인을 김정은에게 넘겨줄 준비가 돼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이 이러한 포로 교환 제안에 반응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북한이 파병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고, 파병 군인들이 러시아 국적으로 신분을 위조해 활동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북한은 전쟁 당사국으로서의 교섭 권한을 가질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때문에 포로 교환은 러시아의 이익에 맞춰서 진행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의 이러한 행태는 최근 들어 '인민대중제일주의' 기조를 부각하는 것과는 상반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비롯한 관영매체들은 연초를 맞아 '지방발전 20X10 정책'에 따른 각지 공장 건설 소식을 연이어 보도하고 있다. 신문은 이날도 전날 경성군 지방공업공장이 준공한 소식을 보도했다. 앞서 평안남도 성천군(지난해 12월 20일) 공장 준공에 이어 이달 황해남도 재령군(7일), 평안남도 숙천군(8일), 황해북도 은파군(10일)에서 준공식이 잇따라 열리는 등 북한은 연초 '경제 성과'를 선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에는 지방 곳곳에 살림집(주택)을 건설하며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애민주의' 기조를 선전하곤 했다. 김 총비서도 지난달 연말 전원회의에서 "전당의 당 일꾼들이 '모든 것을 인민을 위하여, 모든 것을 인민대중에게 의거하여!'라는 구호에 담긴 참뜻을 다시금 똑똑히 새기고 당 중앙의 뜻대로 인민을 위한 일에 심신을 깡그리 바쳐나갈 것"을 지적하기도 했다.
북한 당국이 주민의 먹고사는 문제, 즉 '삶의 질'을 최우선 순위로 챙기는 듯하지만, 실상은 군인의 목숨을 팔아 각종 반대급부를 얻으려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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