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도운 빨치산 후손 앞세워 '미래세대' 관리하는 김정은
'항일 빨치산' 김책 증손자, 김일성정치대학 영접 행사에서 김정은 맞이
"당을 위한 희생에 대대로 보답"…새 세대에 헌신·충성 독려
- 양은하 기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최근 김일성정치대학 현지지도에서 김일성 주석의 항일 빨치산(항일 유격대) 동료이자 최측근이었던 김책(1903~1951년)의 증손자를 만나 특별 격려한 장면이 포착됐다. 김 총비서가 '미래세대'를 챙기는 모습을 부각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연출된 것으로 보인다.
27일 조선중앙TV가 보도한 영상을 보면 김 총비서가 지난 24일 김일성정치대학을 찾았을 때 진행된 영접 행사에서 한 학생으로부터 꽃다발을 받는 장면이 나온다.
아나운서는 이 학생이 "항일혁명투사 김책 동지의 증손자 김명주 동무"라면서 이 사실을 보고받은 김 총비서가 "못내 대견해 따듯이 품어주었다"라고 말했다.
이 아나운서는 또 김 총비서가 "오직 당과 수령만을 알고 그 성스러운 위업의 개척과 완수를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친 걸출한 혁명가의 후손답게 조국과 인민을 위해 충실히 복무하는 유능하고 견실한 정치군사간부로 튼튼히 준비해 가라고 앞날을 축복해 주었다"라고 전했다.
영상에는 김 총비서가 전교생이 지켜보는 앞에서 김책의 증손자와 악수하고 어깨를 감싸 안으며 격려하는 모습도 나온다.
항일 빨치산 1세대인 김책은 김일성 주석과 항일 투쟁을 함께한 그의 동료이자 절친한 친구로 알려졌다. 정권 수립 후 첫 산업상을 비롯해 외무성 부상, 내각 부수상 등을 지냈고, 한국전쟁 때 전선사령관으로 참전했다 전사했다. 김책공업종합대학, 김책제철연합기업소의 명칭이 그의 이름을 딴 것이다.
그의 증손자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일성정치대학은 군 장병들에 대한 사상교육 등을 담당하는 정치장교 육성 기관으로, 김책의 증손자는 혁명가 후손으로서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김 총비서가 방문한 자리에 국가 공신으로 각별하게 대하는 빨치산의 후손을 앞세워 영접하게 한 것은 '미래 세대'를 관리하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
북한은 '빨치산 정신', '전승세대 정신'을 치켜세우며 세 세대가 이들의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고 독려하고 있다. 항일 투쟁과 한국전쟁 등 대내외적으로 어려웠던 시기 정신무장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면서 지금의 상황도 사상을 무기로 이겨내자는 것이다.
김 총비서는 김일성정치대학 방문 연설에서도 "군 건설에서 사상 무장이 군사 기술보다 우선"이라며 사상 무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그 연장선에서 혁명 정신의 상징인 빨치산의 혈통을 앞세워 메시지를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는 또 당과 수령을 위해 희생한 사람은 보답 차원에서 대를 이어 대우를 받는다는 인상을 청년들에게 주는 효과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총비서는 김일성정치대학 방문 이튿날 강건명칭종합군관학교를 찾아 역시 항일 빨치산 출신인 강건의 반신상 앞에 머리를 숙이기도 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같은 날 강건과 김책을 함께 조명하며 "이들은 총구 앞에서도 혁명적 원칙을 견결히 고수했다"면서 "새 세대들도 당과 수령에게 끝없이 충실하였던 전 세대들처럼 한생을 빛나게 살도록 교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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