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첫 다자외교 데뷔?…5월 러시아 방문 확률은 '반반'
러 "김정은 연내 방러" 공식화…5월 러 전승절에 모스크바회담 관측
주목도 떨어지는 다자무대…파병 반대급부 위한 양자회담 가능성도
- 최소망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러시아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연내 방러를 공식 확인하면서 오는 5월 9일 러시아의 '전승절'이 유력한 방러 시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그간 북한 최고지도자가 다자외교 무대에 참석한 전례가 거의 없어 다른 시기 북러 정상간 별도 회담이 추진될 가능성도 동시에 제기된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27일(현지시간) "김 총비서가 올해 러시아를 방문한다"며 "현재 방문 내용, 시기, 프로그램에 관해 협상 중이며 합의가 되면 알리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평양 정상회담에서 김 총비서에게 요청한 답방이 성사되는 것으로 보인다.
김 총비서의 구체적인 방러 시기나 목적·방식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오는 5월 9일 러시아가 대대적으로 준비 중인 '전승절 80주년' 행사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은 러시아가 제2차 세계대전 승리를 기념하는 날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러시아 우방국 정상들이 초대된다. 이런 자리에 김 총비서가 함께하면 국제사회를 향해 친러 진영의 연대를 부각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 김 총비서가 오히려 이 시기를 피해 러시아를 찾을 가능성도 동시에 거론된다. 여러 정상이 모이는 자리에서는 김 총비서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고, 그간 전례를 봐서도 북한 최고지도자가 여러 정상과 섞여 스킨십 외교를 하는 것은 북한의 통치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다자회의 또는 다자외교 무대에 참석한 것은 김일성 주석의 집권 초인 1950~1960년대 이후로는 전무하다. 김 주석은 지난 1957년 소련 10월 혁명 40주년 기념식, 1959년 소련 제21차 공산당대회, 1959년 중국 인민공화국 창건 10주년 경축대회 등에 참석한 것으로 파악된다.
또 북한은 이번 북러 정상회담에서 북한군 파병 관련 반대급부를 최대한 얻어내려 할 것으로 보이는데 여러 정상들 속에서 협상에 집중하기가 어려울 것이라 판단할 수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북러가 종전 협상 추이에 따른 적절한 시기에, 제3의 장소에서 별도 양자 회담을 계획하고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평양에서 전승절 행사가 개최되는 모스크바까지 중간 경유지 없이 직행할 수 있는 전용기가 없다는 점, 전용 열차를 이용한다면 김 총비서가 평양을 오래 비워야 한다는 점도 모스크바 정상회담 개최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앞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2001년 모스크바 방문 시 전용 열차를 타고 23박 24일간의 여정을 떠난 바 있다.
이에 모스크바보다 비교적 평양과 물리적 거리가 가까운 극동지역에서, 그리고 지난 2023년 때처럼 9월 동방경제포럼(EEF) 시점에 만나는 시나리오도 가능해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당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EEF에 참석한 뒤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로 이동해 김 총비서를 만났다.
모스크바 정상회담이 확정되어도 방러가 임박하기 전까지는 일정이 공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3년 9월 방러 때도 북한 매체들은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하는 김 총비서 전용 열차가 평양을 떠난 후에야 방러 사실을 보도했다.
김인애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김정은 총비서 방러 가능성에 대해 예단하지 않고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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