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핵 인정' 발언 계속…대북정책 밑그림은 아직
트럼프 행정부, '북한의 핵 보유 현실' 일관되게 인식
우크라 종전 협상·이란 핵 협상 이후에 대화 전개 전망
-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서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아직 대북정책의 밑그림도 나오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과 이란과의 핵 협상 등 현안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북한과도 '비핵화'가 아닌 '핵 군축' 문제로 대화를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3일(현지시간)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한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우리는 북한이 핵무장하고(with a nuclear-armed North Korea), 이란이 핵 야심을 지닌 세상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보유를 현실로 받아들이는 듯한 이 발언은, 구체적인 표현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최근까지도 여러 차례 했던 발언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취임식 직후 "김정은은 이제 핵 능력(nuclear power)을 가졌다"고 말한 데 이어 지난달 13일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과의 회담에서 "김정은이 '핵 파워'인 것은 분명하다(but certainly, he's a nuclear power)"라고 했으며, 31일에는 "김정은은 매우 큰 핵 국가(He's a big nuclear nation)"라고 강조했다.
'뉴클리어 파워'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이 규정한 '핵 보유국'(Nuclear weapon state)과는 다르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한의 핵 보유 현실을 일관되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이 이를 전제로 북한과의 협상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점차 굳어지고 있다. 집권 1기 때 추구했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라 핵 보유를 인정한 상황에서 핵 능력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핵 군축 협상을 정책 기조로 굳혔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미국이 '비핵화'에 철저히 선을 긋고 있는 북한을 회유해 협상 테이블에 앉히려는 하나의 전략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다만, 트럼프 정부는 아직 공식적인 대북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지난 임기 때 북미회담에 참여했던 알렉스 웡이 국가안보부보좌관에, 리처드 그리넬이 북한·베네수엘라 특사로 임명됐지만 이들은 아직 북한에 대한 별다른 언급이나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이외의 대북·북핵 주요 인사 라인업은 여전히 미완성이다.
현재 러시아, 우크라이나와 종전 협상을 진행 중인 미국이 얼마 전 이란과 10년 만의 핵 협상까지 재개한 것도 대북 정책 추진 속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취임 24시간 안에 끝내겠다"고 공언해 온 우크라이나전 협상은 3개월째 난항을 겪고 있다.
북한 역시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이 보다 선명해질 때까지 '탐색전'을 펼치고 있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해서 북한의 핵보유국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하거나 김정은 총비서와의 개인적인 친분을 과시하는 등 과감하고 우호적인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지만, 일단은 반응하지 않고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미대화가 실질적으로 전개되려면 미국이 다른 대외 정책을 우선 해결하고 대북 전략을 확실히 하는 등 대북 문제에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되어야 한다고 전망하고 있다. 김정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보다 시급한 현안들이 지나가고 나면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이 가시화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북한의 태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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