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파 총선' 대승의 달콤한 추억…'국회요원' 패러디 봇물
尹측 "의원 아닌 요원" 조롱거리 전락…부정 이미지 강화
'밈 확산' 등 온라인 여론전…2030·중도 지지 확대 전략
- 문창석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윤석열 대통령 측이 최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12·3 계엄 당시 군에 '의원이 아닌 요원을 빼내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주장하자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조롱 섞인 패러디로 대응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여당을 웃음거리로 만들어 부정적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의도이다. 패러디를 통해 대승을 거뒀던 지난해 총선처럼 이번 조기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지난 24일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선글라스를 끼고 '은평갑 국회요원 박주민'이라고 적힌 사진을 올리며 "진짜 명함 바꿔야 하나"라고 적었다. 같은 당 허영·이재정 의원도 국회'요원'이라 적힌 사진을 올리며 가세했고, 박지원 의원도 자신을 "국정원 출신이니 국정원 요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윤 의원도 "내가 국회요원인 줄 정말 몰랐어요"라고 적었다.
이는 탄핵심판 중 윤 대통령 측의 변론 내용을 비꼬아 패러디한 것이다. 지난 23일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 송진한 변호사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증인신문에서 "(계엄 당시 국회에서) '의원'이 아니라 '요원'을 빼내라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기능을 무력화하는 등의 내란 의도가 없었다는 취지의 주장이지만, 말장난 같아 보이는 발언에 오히려 희화화된 것이다.
야당의 이어지는 패러디는 윤 대통령을 웃음·조롱 거리로 만들어 윤 대통령과 여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직접적인 비판을 통해 상대의 반박을 이끌어내거나 결집의 빌미를 주는 것보다 더욱 효과적이라는 판단이다.
야권 입장에선 가벼운 풍자 형식이기에 쉽게 여론전을 할 수 있고, 여권 입장에선 진지하게 부정하자니 더욱 수렁에 빠질 수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요원' 발언에 대한 견해를 말해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통령이 방어권을 행사하는 부분"이라며 "당으로선 공식적인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최근 지지율 하락 추세에서 이 같은 윤 대통령 측의 실책이 반전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고 기대한다. 윤 대통령과 여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계속 쌓일수록 여론이 조금씩 돌아서고, 조기 대선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보수로 돌아서고 있는 2030 등 젊은층의 지지율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패러디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확산될 수밖에 없는 만큼 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젊은 세대에게 소구력이 있어서다. 최근 윤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이 실패하자 2030 세대들이 주로 사용하는 X(구 트위터)·인스타그램 등 SNS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이 눈물을 흘리며 '진작 말해주지'라는 글이 적힌 사진 등이 밈으로 확산되기도 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총선에서도 이 같은 패러디를 통해 크게 승리를 거둔 기억이 있다. 대파 한 단 가격이 5000원 이상 고공행진하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마트에서 "대파 한 단에 875원이면 합리적 가격"이라고 발언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SNS에서 자기 지역구의 대파 가격을 마트에서 공개하고 다음 의원에게 '거긴 얼마입니까'라고 릴레이로 묻는 '대파 챌린지'를 진행했다.
총선을 20여일 앞두고 나온 이 발언을 통해 민주당은 '대파 가격도 알지 못하는 무능한 정부'라는 이미지를 강화했고, 이는 정권심판론의 주요 근거가 됐다. 이후 온라인에선 대파를 활용한 밈이 확산하며 젊은 세대를 비롯한 중도층이 대거 야당 지지로 돌아섰다. 국민의힘은 총선 백서에서 참패의 이유로 이종섭·황상무 이슈에 이어 '대파 논란'을 두 번째로 거론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당분간 이 같은 '온라인 공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요원 같은 비상식적 발언을 통해 죄를 피해가려는 모습을 국민은 어떻게 보겠나"라며 "최고 권력자가 없어보이면 끝이다. 주요 행사마다 '어퍼컷 세레머니'를 날렸던 윤 대통령처럼 기존에 남성성이 강했던 인물이라면 더욱 그렇다. 희화화된 모습은 그 반전의 크기가 더욱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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