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차기 대선 준비 기구를 '줄가동' 시키며 본격적인 대선 체제로 돌입했다. 이재명 대표 또한 조기 대선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자제하고 있지만 '실용주의'를 내세운 우클릭 행보를 보이며 외연 확장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오는 1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회복과 성장'에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아울러 이 대표는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기 위한 AI, 바이오 K컬처를 비롯한 콘텐츠 산업 등에 대한 국가적 지원과 육성 정책을 제안할 예정이다.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강조했던 복지와 분배보다 민생 회복과 경제 성장을 재차 강조하며 실용적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대표는 자신의 대표적 정책인 기본사회 공약과 전 국민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 재검토를 시사하는 등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중도 외연 확장을 위한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민주당 또한 이 대표의 행보에 발맞춰 본격적인 대선 모드에 들어갔다. 당 대선 준비 기구인 민주당 집권플랜본부는 지난 6일 '성장은 민주당, 대한민국 성장전략'을 주제로 신년 세미나를 열고 경제 정책 청사진을 발표했다.

본부장을 맡은 김민석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발전시켜 온 격차 해소, 복지, 분배의 문제의식은 유효하다"면서도 "그럼에도 성장을 강조하는 이유는 성장의 회복이 절박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주형철 K먹사니즘본부장은 향후 5년의 골든 타임에서 '성장 우선’ 전략을 통해 현재 1%대에서 5년 내 3%대 성장률, 10년 내 4%대 성장률 달성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대선 공약의 밑그림을 그릴 기구도 공식 출범했다. 민주당은 7일 정책 소통 플랫폼인 '다 함께 만드는 세상 모두의질문Q'를 출범했다. 조기 대선이 가까워진 것으로 평가되는 상황 속 이 기구는 당 대선 공약의 밑그림을 그리는 '녹서'(綠書·Green Paper) 준비 역할을 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모두의질문Q 출범식에 참석해 "광장의 에너지가 정치에 직접 반영될 수 있게 해야 한다"면서 "국민이 직접 지배하는 나라로 최대한 바꿔야 한다. 국민의 집단지성이 정치를 실제로 만들어 갈 수 있어야 한다"고 녹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이 대표에게 있어서 여전히 낮은 정당 지지율과 비명(비이재명)계의 통합 요구는 과제로 남아있다. 최근 주요 여론조사에서는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응답이 절반으로 나타났지만 이 대표의 지지율은 30% 내외의 박스권에 갇혀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는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차기 대통령 선거 구도에서 정권 교체를 해야 한다는 응답이 50%로 나타났다고 6일 밝혔다. 정권 재창출 41%보다 9%p 높았다.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묻는 여론도 높지만 이 대표가 대안이 될 수 있느냐는 의문 또한 여전히 강하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비명계의 '이재명 일극체제' 비판도 풀어야 할 과제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2022년 대선 이후 치러진 지방선거와 총선 과정에서 치욕스러워하며 당에서 멀어지거나 떠나신 분들이 많다"며 "진심으로 사과하고, 기꺼이 돌아오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이 대표를 향해 쓴소리를 쏟아내기도 했다.

김 전 지사의 비판과 함께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계 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도 했다. 리더십 시험대에 오른 이 대표가 이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조기 대선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편 NBS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면접으로 이뤄졌다. 응답률은 20.0%,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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