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서 '선수' 된 한덕수…진영 넘나든 실력자, 계엄 책임은 과제
'공직 50년' 참여정부·尹정부 국무총리…대미 통상 전문가
현 시기상 '출마 명분 부족' 지적…'권력 의지' 의문 부호도
- 서상혁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6·3 대통령 선거 '관리자'에서 '선수'로 뛰게 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50여 년간 공무원 생활을 하며 참여정부(노무현 정부)와 윤석열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역임하는 등 진영을 아우른 실력파 공직자로 통한다. 2일 국회 소통관에서 가진 대선 출마 선언에서 한 전 총리는 자신을 "좌(左)나 우(右)가 아니라 앞으로 나아갈 사람"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초대 통상교섭본부장, 주미대사까지 역임했다는 점에서 현 시점 대한민국 최대 현안인 미국 관세 문제를 풀어갈 적임자라는 기대도 나온다. 다만 윤석열 정부 국무총리로서 12·3 비상계엄을 사전에 막아내지 못했다는 점 등은 그의 치명적 약점이자 앞으로의 극복 과제로 꼽힌다. 의문 부호가 붙는 권력의지 문제 역시 해소해야 할 지점이다.
1949년 전라북도 전주시에서 태어난 한 전 총리는 경기고등학교,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70년 관세청 사무관으로 공직사회에 발을 들였다. 경제기획원 정책조정과장, 상공부 미주통상과장, 특허청장, 통상산업부차관을 거쳐 초대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맡았다.
김대중 정부 경제수석비서관을 거쳐 참여정부에선 국무조정실장, 경제부총리,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주미대사를 맡았다. 이후 한동안 공직에서 떠나있다가 윤석열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냈다. 한 전 총리의 최대 강점은 이처럼 풍부한 공직 경험이다. 진보·보수 정권 할 것 없이 요직에 등용됐다는 것은 그의 능력이 인정받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에 따라 특별한 정치적 색깔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거대 양당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정치권 갈등에 지친 국민에게 매력적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한 전 총리는 좌고우면 없이 국정만 생각했던 사람"이라며 "정치적 유불리를 판단하는 사람이 아니었던 만큼 지금 시점에서 국민들이 긍정적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아울러 기대되는 한 전 총리의 능력은 '통상 교섭' 부분이다. 한 전 총리는 노무현 정부 당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지원위원장을 맡는 등 대미 통상 전문가로 꼽힌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로 관세 협상의 긍정적인 단초를 마련했다는 평가 또한 받는다. 보수 진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를 한 전 총리의 '별의 순간'으로 꼽기도 한다.
약점도 뚜렷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관한 책임론을 내세워 한 전 총리를 공격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지난해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무총리로서 이를 제대로 막아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 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와 관련 "계엄 직후부터 일관되게 '그 (계엄 당시) 국무회의는 절차적, 실체적 흠결이 있었다'고 계속 증언했다. 헌법재판소에 가서도 같은 내용으로 증언했다. 일체의 변함없이 (저는) 그런 주장을 계속하고 있고 지금도 (제 주장대로) 그렇게 믿고 있다"면서 거리두기를 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 한미 통상 교섭이 중요한 시기라는 점 등에서 한 전 총리가 국가를 위해 관리자가 아닌 선수로 뛰는 게 옳느냐는 '출마 명분 부족'에 대한 비판도 계속해서 제기된다. 오랜 시간 공직에서 몸을 담았던 만큼 '정치인 한덕수'로서 자신만의 국가 비전을 보여줄 수 있겠냐는 지적도 있다.
동일선상에서 권력 의지에도 의문 부호가 붙는다. 앞서 한 전 총리는 주변의 대통령 선거 출마 권유에 "대선의 '디귿(ㄷ)'자도 꺼내지 말라"고 해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짧은 시간 내 입장이 뒤바뀐 만큼 누군가 또는 세력에 떠밀렸다는 인상을 갖게도 한다.
이로써 한 전 총리가 정치권 안팎의 무차별적 비판에 담담한 태도를 유지하며 끝까지 대권 레이스에 임할 수 있을지에 눈길이 모인다. 한 전 총리는 국민의힘 최종 후보와의 단일화를 비롯해 '반(反)이재명 빅텐트'가 형성될 경우 주요 일원으로 꼽히고 있다. 일례로 2017년 대망론에 힘입어 대선 출마를 선언했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경우 자신의 가족을 둘러싼 각종 의혹 등이 제기되는 상황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불출마로 도전을 마무리 지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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