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파고든 이재명, 1박 2일 방어 나선 김문수…반전 변수는 단일화
이재명, TK·PK 찾고 중도 공략…金, 계엄 사과 등 쇄신 시도
"최종적으론 10%p 이내 승부날 것…양 진영 지지층 투표율이 관건"
- 한상희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13일로 6·3 대선이 21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보수의 심장부까지 파고들며 독주 체제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반면 '강제 후보 교체 사태' 끝에 뒤늦게 출발선에 선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는 '원팀'을 외치며 선거전에 뛰어들었으나 이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는 21%포인트(p)에 달하는 상황이다.
대선 판세를 뒤흔들 마지막 반전 카드로는 '반명(反이재명) 단일화'가 꼽힌다. 현재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까지 3자 구도로 대선판이 짜인 가운데 김 후보 또는 이준석 후보로 이재명 후보와 양자 구도를 형성하면 대선 판세가 출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1일 발표한 대선 3자 가상 대결에서 이재명 후보는 52.1%로 과반을 기록했다. 김문수 후보는 31.1%, 이준석 후보는 6.3%였다. 사법 리스크까지 털어낸 이재명 후보는 중도층(54.9%)에서도 김문수 후보(24.3%)를 30%p 이상 앞섰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이번 대선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치러지는 만큼 구도 자체가 민주당에 유리하다. 여기에 국민의힘이 내홍을 거듭하는 사이, 이재명 후보는 국민의힘의 텃밭인 대구·경북(TK)은 물론 부산·울산·경남(PK)에 또 다른 강보수 지역인 강원도와 경기 접경 지역까지 훑으며 외연 확장에 나섰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13일)에도 대구·구미·포항·울산 등 제조업 거점을 돌며 영남권 공략을 이어간다. 경북 안동 출신이라는 정체성도 적극 활용 중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호남과 달리 영남에는 민주당에 우호적인 유권자층이 30%가량 있다"며 이재명 후보의 '영남 최고 득표율' 가능성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재명 후보는 중도·온건 보수층 공략을 위해 '실용주의 노선'을 내세우고 있다. '성장해야 분배할 수 있다'는 기조 아래 코스피 5000 시대, 인공지능(AI)과 같은 첨단 산업 육성 등 성장을 앞세운 공약을 다수 제시했다.
이재명 후보는 전날(12일) 광화문 청계광장 출정식에서는 "이제부터 진보와 보수의 문제란 없다. 오로지 대한민국의 문제, 국민의 문제만 있을 뿐"이라며 국민 통합을 약속하기도 했다.
김 후보는 헌정 사상 초유의 강제 단일화와 법정 다툼 끝에 어렵게 후보직을 사수했으나 여전히 내홍 수습에 애를 먹고 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주요 인사들은 김 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합류를 고사했다. 당내 화학적 결합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강제 단일화 여파로 영남권 당원들 사이에선 지도부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이재명 후보가 이 틈을 파고들며 보수 텃밭을 치고 들어오자, 국민의힘에서는 위기감이 감지된다.
김 후보가 이날 대구와 부산 등 1박 2일 영남권 집중 유세에 나선 것도 이런 배경으로 읽힌다. 그는 전날 보수의 상징인 대구 서문시장 유세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위대한 가르침, 우리 조상들의 낙동강 전선을 지키는 호국 정신을 이어받아 반드시 대구·경북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올드하다'는 평도 나온다. 공식 선거운동 첫날이었던 당일(12일) 이재명 후보가 동탄·판교·대전 등 첨단산업지대를 찾고 이준석 후보가 전남 여수에서 '한국판 러스트벨트 부흥'을 외친 것과 비교가 된다는 것이다.
보수 진영이 꺼내든 승부수는 1990년생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다. 30대의 개혁적 성향을 가진 김용태 의원을 통해 70대의 김 후보는 물론 당의 이미지까지 한층 젊게 만들려는 전략이다.
김 의원의 등장과 함께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과의 거리두기에도 시동을 걸었다. 김 의원은 전날 선대위 회의에서 "국민의힘이 배출한 대통령의 계엄은 잘못됐다"며 사과했다.
김 후보도 채널A 방송에서 "계엄으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들께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처음으로 계엄과 관련해 공개 사과했다. 당에선 윤 전 대통령 출당 조치 또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대선 구도를 뒤흔들 수 있는 변수는 현시점에서는 반명 빅텐트만이 꼽힌다. 일단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상황 속 김 후보와 이준석 후보가 손을 잡으면 대선은 3자 구도에서 양자 구도로 바뀐다. 보수 진영으로선 사실상 유일하게 승산을 전망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다만 이 후보는 전날 국회에서 "탄핵 반대파에 해당하는 국민의힘과 손잡는 순간 과반을 얻을 방법이 없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김 후보와) 단일화는 불가능하다"고 단일화 여지를 일축했다.
김 후보는 이후 채널A 출연에서 "이 후보가 당을 나가게 된 과정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반드시 하나가 돼야 한다"고 재차 러브콜을 보내둔 상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스1에 "후보 간 격차는 점차 좁혀져 최종적으로는 10%p 이내에서 승부가 날 것"이라며 "결국 관건은 누가 더 많은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또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과의 거리두기는 기본이고, 계엄·탄핵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출당 조치까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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