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경민 구진욱 임세원 기자 = 거대 양당은 14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 구성 요건 중에 '행위'를 삭제한 개정안을 놓고 맞붙었다. 국민의힘은 "묻지마 이재명 당선법"이라며 반대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정치의 사법화를 이끄는 독소 조항"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전원 반대표를 던졌다.

이 개정안은 선거에서 후보자에 대한 허위 사실 공표를 처벌하는 구성 요건에서 행위 항목을 삭제해 추상적이고 자의적인 법 해석 여지를 줄이는 게 골자다. 이 조항이 폐지되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받고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재판이 마무리되는 '면소'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송석준 의원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포함해 법원조직법·헌법재판소법·조희대 특검법이 상정된 데 대해 "우리 법사위가 사법부를 겁박하는 '겁사위'가 되고자 하는 거냐"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거짓말이 판치는 선거판을 만들면서까지 오로지 이재명을 당선시키기 위해 유권자를 속이는 '묻지마 이재명 당선법'"이라고 비판했다.

곽규택 의원도 "사법부가 이 후보에 대해 유죄 확정 취지의 파기 환송을 했다고 해서 겁박하고 협박하려는 취지의 법안들"이라며 "대법관들의 판결 내용을 가지고 국회에서 청문회를 하겠다. 또 특검을 하겠다는 건 바로 사법 탄압, 독재"라고 강조했다.

주진우 의원은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이 선거에 유리하도록 만드는 것"이라며 "이 후보 한 명을 위해 선거 제도를 완전히 망치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방어전을 폈다.

박희승 의원은 "허위사실 공표죄가 정치의 사법화를 이끄는 가장 대표적인 독소 조항"이라며 "(이 후보와 별개로) 개정할 때가 돼서 개정안을 낸 것"이라고 반박했다.

서영교 의원도 "우리는 법의 지배를 받는다고 하지만 법관의 지배를 받는 게 아니다"라며 "대법원장은 대법원 전체를 흔들어 놓고 사법부의 신뢰 전체를 흔들어 놓았다"고 했다.

양당은 이날 회의 시작부터 충돌했다.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전원이 이날 예정된 청문회에 불출석하자 맹폭을 퍼부었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법과 법률을 들먹이며 청문회에 불출석을 말하는 것 자체가 헌법과 법률 위반"이라며 "떳떳하다면 국회 청문회장에 나와 진실을 밝히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불출석 사유서 형식도 내용도 너무 무성의하고 오만하다"며 "대법관들이 마치 짠 듯이 세줄, 네 줄, 다섯 줄짜리 복사기로 복사해 붙인 듯 복붙(복사해 붙여넣기)"이라고 꼬집었다.

노트북에 항의 차원에서 '의회 독재 사법 탄압' 피켓을 붙인 국민의힘은 "오죽하면 그랬겠냐" "간단하게 적는 것"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국회가 하는 행태가 말이 안 되니깐" 등 고성을 내며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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