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총 맞겠다" vs "소총 반입 제보"…방탄유리 등장한 대선 '설전'
민주, 폭발물 탐지견에 저격용 총기·특수쌍안경 투입
정치 극단화가 불러일으킨 현실…"정치권 반성하고 자제해야"
- 김경민 기자
(서울=뉴스1) 김경민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통령 후보의 안전을 위해 설치한 유세장 방탄 유리막을 놓고 거대 양당이 설왕설래하고 있다. 대한민국 대선 유세장에 방탄 유리막이 설치된 건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당은 이 후보에 대한 테러 위협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과잉 경호라며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와 묶어 반격하고 있다. 정치권은 양 진영을 향해 극단화를 반성하는 게 먼저라고 충고한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전날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진행된 유세에서 처음으로 방탄 유리막을 치고 연설했다. 높이 1m가 넘는 방탄 유리막은 연단 주변으로 세 면에 걸쳐 설치됐다.
민주당이 이 후보의 유세장에 방탄 유리막을 설치한 건 각종 제보 때문이다. 조승래 중앙선대위 수석대변인은 "러시아제 소총이 반입됐다는 신빙성 있는 제보가 저한테도 왔다"고 말한 바 있다.
방탄 유리막뿐만 아니다. 유세 전 무대를 살피는 폭발물 탐지견에 저격용 총기를 관측하기 위한 특수 쌍안경까지 투입됐다. 이미 이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12일부터 줄곧 약 3kg이 넘는 방탄복을 입고 시민과 스킨십하고 있다.
실제 이 후보는 4·10 총선을 앞둔 지난해 1월 2일 부산 강서구 가덕도 신공항 부지 현장을 방문하고 지지자들과 만나던 과정에서 60대 남성에게 공격당했다. 이 후보는 피를 흘린 채 현장에서 쓰러졌고 2시간가량의 수술을 받았다.
게다가 당시 민주당 인천시당 출정식에서 칼 2자루를 갖고 있던 20대 남성이 연행됐었다.
유세장 방탄 유리막은 우리나라에선 처음 등장했다. 1987년 노태우 당시 민주정의당 후보가 13대 대선 국면에서 광주 유세를 방문했을 때 돌이나 오물 투척을 막기 위해 투명 방패막을 사용한 적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총격 사건을 겪은 후 대선 유세장에 방탄유리를 설치하고 주변 건물 지붕에 저격수를 배치했었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의 방탄 유리막에 맹폭을 퍼붓고 있다.
김문수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강서구 남부골목시장에서 "나는 경호가 필요 없다. 총 맞을 일 있으면 맞겠다"며 "방탄조끼를 입고 방탄유리를 다 쳐놓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겠나"라고 직격했다.
김 후보 배우자 설난영 여사도 전날 매일신문 유튜브에 출연해 "저희는 전혀 (방탄 유리막을 설치) 하지 않는다"며 "특별한 죄가 없다. 방탄할 필요가 없다"고 거들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페이스북을 통해 "이 후보가 유세 현장에 수천만 원 혈세를 들여 방탄 유리막을 설치했다더니 과연 이 후보 사고방식은 온통 상식을 벗어난 망상과 의심으로 가득 차 있다"며 "무책임한 과대망상 선동가에게 국정운영을 맡겨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는 방탄 유리막 논란은 불필요한 정쟁이라며 정치 극단화 반성을 촉구했다.
박상병 정치 평론가는 "과잉인지 아닌지 논쟁할 필요가 없다"며 "어쩌다가 우리 정치 문화가 대통령 후보가 방탄복을 입고 다니고 앞에 방탄 유리막을 치게 됐는지 반성하고 서로 자제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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