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내조 아닌 '정치적 동지'…발언 세진 설난영 등판
이재명 겨냥 잇단 메시지…언론 인터뷰서 '법인카드' 정조준
종교계·복지 현장 누비며 호남 출신 강조…배우자 토론까지
- 한상희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의 배우자 설난영 여사는 김 후보와 반세기에 가까운 세월을 함께해 온 정치적 동지다. 구로공단 세진전자 노조위원장 출신인 그는 전면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겨냥한 메시지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김 후보의 '정치적 입'이자 사실상 선거전의 동반자로서 존재감을 부각하고 있다는 평가다.
통상 대통령 후보의 배우자들이 종교계·복지단체·봉사활동 등 비공개 일정에 머무는 것과 달리, 설 여사는 언론 노출을 늘리고 호남 출신이라는 강점을 내세워 김 후보의 외연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민의힘은 설 여사를 앞세워 대선 후보 배우자 토론회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제안하기도 했다.
20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설 여사는 종교계와 소외 계층 등을 찾아 후보가 직접 닿기 어려운 표심을 챙기는 한편, 언론 인터뷰 등 ‘고공전’에도 집중하고 있다. 이날 오전에는 서울시립 은평노인종합복지관을 찾아 배식 봉사를 진행했다.
설 여사는 최근 조계종(12일), 천태종(18일), 태고종(20일) 등 불교 주요 종단을 잇따라 방문하며 '사회 통합' 메시지를 강조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에는 광주 무등산에 위치한 원효사와 인요한 국민의힘 의원의 외증조부가 설립한 광주양림교회를 찾았다.
특히 원효사의 주지 해청 스님은 취임 이후 매년 5·18 희생자들을 위한 천도재를 봉행해온 인물이다. 설 여사는 이 자리에서 "김 후보와 함께 5·18 희생 영령의 숭고한 뜻을 잘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방송 인터뷰와 유튜브 채널 출연 등 설 여사의 '고공전'도 이어지고 있다. 그는 특히 김 후보와 이 후보가 공통으로 재임했던 경기도지사 경험을 언급하며, 법인카드와 관용차 유용 의혹을 정조준했다.
그는 전날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절대 그런 게 용납이 안 된다. 법인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내부 규정이 굉장히 까다롭고, 우리는 (그 규정)에 준해 사용해왔다"고 말했다.
관용차 의혹에 대해서도 "(후보) 본인도 저도 떳떳하다"며 "관용차는 공적으로 (일을) 마치면 도청에 다시 입고가 돼야 한다. 저희는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후보 집에 (관용차가) 주차됐다는 건 전혀 생각할 수가 없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고 직격했다.
또 같은 날 매일신문 유튜브 방송에선 이 후보가 유세 현장에서 방탄유리막을 사용하는 것과 관련해 "저희는 특별한 죄가 없기 때문에 전혀 (대비를) 하지 않는다"며 "지금까지 떳떳한데 의도적인 게 아니라면 누가 위해를 가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설 여사는 자신의 노동운동 경험도 적극 부각하고 있다. 최근 유튜브 채널 '고성국TV'에 출연해 과거 구로공단 시절 노동3권 확보, 휴일 보장, 생리 휴가 쟁취 등의 과정을 회고하며 "지금의 노조 운동, 정치 투쟁과는 완전히 다르다. 민주노총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의 강성 보수 이미지를 완화하고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설 여사는 자신이 호남 출신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설 여사는 전남 순천 출신으로, 순천여고를 졸업했다.
지난 14일 호남미래포럼 조찬 모임에 참석한 그는 "영호남 화합의 상징이 바로 '호남 사위 김문수'"라며, "호남분들이 원하고 더 발전시켜야 할 부분을 가장 잘 전달할 역할, 호남출신 제가 제일 잘하지 않겠냐"며 지지를 호소했다.
설 여사는 당원들과의 접점 확대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18일 광주를 찾은 그는 광주시당 당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데 이어 만찬 자리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 여사 측 관계자는 "부족한 건 시간뿐이다. 시간과 장소만 맞으면 뭐든 할 생각"이라며 의지를 밝혔다.
남은 대선 기간 동안 설 여사는 직장인 간담회와 전통시장 방문에 이어, 본격적으로 유세차에 올라 지원 유세에도 나설 예정이다. 호남 지역 추가 방문은 물론, 노동자·장애인·소외계층 등과의 현장 일정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선에서 설 여사는 사실상 김 후보의 선거전 동반자로 평가받고 있다. 이 후보가 50%를 넘는 지지율로 독주를 이어가는 구도 속에서, 설 여사는 '동반자 내조'를 통해 김 후보의 추격전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이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여사가 민주당 현역 의원의 보좌를 받는 것과 달리, 설 여사는 국민의힘 의원 없이 최소한의 실무진과 함께 움직이고 있다. 별도의 '여사팀' 없이 독자적으로 메시지를 발신하며, 김 후보의 '정치적 스피커'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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