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한덕수' 관료 목소리 아니더라…팬덤카페 등장
'국민' 앞세운 애드리브…단호한 '국정 책임자' 부각
'의전 총리' 아닌 '대권 후보' 일정 소화…'지금 한덕수' 책 출간
- 이기림 기자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관료에서 정치인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선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을 제치고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에 오른 이후 그의 태도에 변화가 생겼다.
흔히 '의전총리'라고 부르는 국무총리의 역할을 넘어 그는 공식 일정과 연설문에 대국민 메시지를 담기 시작했다. 대중도 반응하고 있다. '인간 한덕수'를 다룬 책이 나오고 팬카페가 생기는 등 팬덤이 형성되면서 대선 출마 기대감도 커지는 상황이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권한대행은 전날 '대통령 권한대행' 신분으로는 1979년 최규하 당시 권한대행 이후 46년 만에 국회 본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했다.
한 권한대행은 정치적 발언 없이 추가경정예산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나, 국회의원들을 당당하게 바라보면서 평소보다 단단한 목소리를 냈다.
애드리브도 많았다. 한 권한대행은 초등학생 등이 앉아있던 2층 방청석을 올려보며 "방청석에 와있는 젊은 세대, 청년을 위해서 절실한 투자"라고 말하거나 "정말 감동적인 우리 대한민국의 한 장면" 등 예정되지 않은 발언을 이어갔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시정연설을 마친 한 권한대행을 이례적으로 불러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잘 구별하라"며 비판한 부분에서도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침착하게 대응했다.
우 의장이 시정연설 후 따로 발언을 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한 권한대행이 이날 국회에 도착해서야 알게 됐다.
의전상 결례일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한 권한대행은 "(우 의장이) 할 말씀이 있으면 하시라고 하라"면서 우 의장의 말을 끝까지 경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대통령이나 총리는 시정연설을 마치고 나면 곧장 퇴장했는데, 한 권한대행은 최대한 국회를 존중하기 위해 의전도 최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20일간 광폭 행보를 펼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며 한미 관세 협의에 관해 논의한 것부터 영남권 대형산불 현장 대응, 광주와 울산 산업현장 방문, 헌법재판관 임명 및 지명, 인천 '천원주택' 방문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곳곳을 찾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 권한대행의 행보에서 이른바 '대권주자의 모습'이 비친다고 평가하지만, 총리실은 나라의 안정을 위한 '통상일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한 권한대행이 대선 출마설에 대해 침묵을 이어감에 따라 총리실의 이런 설명은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여권 한 관계자는 "한 권한대행의 대망론이 불거진 이후의 행보나 모습들을 보면 과거보다 많이 단단해졌다는 느낌이 든다"며 "시정연설 내내 관료보다는 정치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또한 한 권한대행을 대권주자로 나서게 하기 위한 각계각층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시민사회에서는 한덕수 추대위원회를 출범하고 있고, 국민의힘 등 보수 인사들로부터는 꾸준히 대선 출마 제의가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관료들에게는 나타나지 않는 팬덤도 꾸려지고 있다. 최근 네이버 카페에 '덕수왔수다'라는 한 권한대행의 팬카페가 신설됐고, 일종의 평전 같은 '지금 한덕수'라는 책도 출간됐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보수층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대권주자로 평가받으면서 여론에 팬덤까지 업고 정치인의 길을 밟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한편 한 권한대행이 대선에 출마하기 위한 마지노선이 5월 4일(공직자 사퇴시한)이란 점에서 조만간 출마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는 27일은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최종 확정되는 날이고, 29일은 국민의힘 대선 결선후보 2명을 뽑는 날이란 점에서 이르면 30일 입장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공직자 사퇴시한까지 상황을 지켜보다가 민주당 후보와의 경쟁에서 불리할 경우,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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